60대쯤으로 보이는 공인중개사는 집의 처분과 아울러 구입에 대해서도 의외로 매우 논리적인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는 모 이공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퇴직한 연구원 출신이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중견연구자들의 희망이자 숙제는 네이처 또는 사이언스지에 실린 자신의 논문,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 노벨상 수상 등이 아니고 ‘퇴직하면 뭘 먹고 살아야 할까`다. 이미 오래된 숙제다. 현재 퇴직한 과학기술자가 설 땅은 어디에도 마땅치 않다.
그중에 우리 동네 공인중개사는 비교적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중심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국가과학기술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이 각각 세계 7위와 6위를 했다는 IMD발표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난 9월 정부에서 발표한 이공계 인력관리 특별지원 사업의 요지는 현재 확보된 400억원에 2008년 600억원을 추가하고 매년 200억원씩 5년간 조성해 2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연 150억원 정도의 수익금을 이공계 연구인력의 복지 및 퇴직시 특별공로금으로 사용한다는 방안이다.
과학기술자 퇴직연금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자금조성을 말한다.
규모의 크고 적음을 떠나 숙제를 풀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과학기술자들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다.
과학기술 경쟁력이 유일한 국가의 경쟁력 척도가 되어가는 마당에 한번도 변변한 대접을 받아본 적 없는 과학기술자들에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르겠다.
노후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은 되어야 한 우물을 팔 것 아닌가?
그런데 이사업이 확정돼 실제 추진되려면 여전히 몇 단계를 거쳐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국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또 과학기술자들에게만 특별히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국가의 백년대계가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는 시대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그 또한 문제될게 없을 것이다.
모처럼 마련된 국가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마치 집단이기나 밥그릇 챙기기로 비춰지지 않기를 힘없이 바랄뿐이다.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잘 해낼 줄 모르는 과학기술자들의 태생적 한계가 마음 졸이며 소리없는 박수만 치게 한다.
또 이명박 당선자는 행정도시에 새로운 연구시설 및 부대시설를 구축해 기존의 대덕 R&D특구 연구시설과 오송·오창 첨단산업단지를 잇는 국제과학산업 벨트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곳저곳에서 송년회가 한창이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지금, 자리의 화제가 과학자들의 신세한탄이 아닌 미래비전을 논의하는 건설적인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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