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헌오 대전시공무원교육원장 |
문제의 발굴은 창조적 학습의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예술계에 대한 현실적 과제들을 상정해보고자 한다. 먼저 예술문화의 건강하고 순수한 영역을 보호하고 가꾸어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오용, 오류, 어용, 변용등과 같은 상황의 유혹에 빠지면 건강하지 않은 예술문화로 전락하게 된다. 시류(時流)와 잘못 영합해서 본연의 예술가 정신을 지켜내지 못하면 자칫 그릇된 길로 접어들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예술인이 주변사람들이 잘못 이끌어 가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사회를 혼란하게 하면 예술계를 부패하게 하는 오염원이 될 수 있다.
청정해역이 한 척의 유조선 사고로 대재앙을 맞듯이 예술세계는 그 순수성이 깨어지면 신비한 에너지는 사라지고 만다. 둘째로 새겨둘 것은 예술가는 열정정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창작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결여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자만 내지는 오만이다.
전통적으로 등용문이라 하여 등단이나 작가 인정과 같은 절차를 공식화해온 것이 사실이다. 장르별로 정해진 관문을 통과만 하면 그 이후에는 졸작을 내놓아도 작가의 작품이라고 인정하는데서 예술인이 나태해지고 작품수준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심지어 등용절차 자체가 불합리한 방법으로 운영하여 예술세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무자격 예술가를 양산하는 폐해를 끼치게 된다. 누구나 예술인이 될 수 있되, 스스로를 빙점으로 낮춤으로써 영혼을 보는 혜안을 가질 수 있다.
셋째는 예술문화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이다. 건강한 예술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예술인의 인성이 건강해야 하고, 창작환경이 청정해야 되며, 예술작품에 대한 평가가 올바로 이루어져야 한다. 창작주체인 작가와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환경과, 창작활동이 인격화된 구성체가 되어야 예술작품의 영원성이 보장될 것이다. 넷째는 예술인은 누구보다도 치열한 평생학습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의 변화도 따라잡을 수 없다. 지금은 기업이 선두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정부조직을 비롯한 사회체제 전반적으로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을 통과해야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변화의 방법은 크게 합리적인 비전경영, 상시화된 학습경영, 동기를 유발하는 감성경영이 핵심이 된다. 그 같은 프로세스의 결합으로 새로운 생산체제, 고도의 성과창출 체제를 구축해 가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활용가치가 높은 예술작품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혜실은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을 만나다.」라는 저서에서 “‘디지털 시대의 융합 현상으로 지금까지 다른 장르들로 여겨졌던 것들이 디지털 매체로 통합되고 있어서 장르별 연관성이 강화되고, 수많은 변이방식도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예술창작활동에 있어서도 새로운 장르의 다양한 출현과, 장르 간의 연결, 작품수준의 점프, 수요의 변화와 같은 거센 파도를 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끝으로 예술창작에 대한 지원체제도 심층 분석하여야 한다. 지원은 지원목적의 정당성, 결정과정의 합리성, 성과창출의 책임성, 지원단체의 건강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지원을 통해서 명작을 만나게 해줄 수 있다면 시민들은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무한한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영원한 고전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오늘의 예술가들 가운데서 앞으로 영원히 사랑받을 작품으로 미래의 세대와 만나 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와 같은 활동이 수월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예술문화의 발전을 바라는 모든 사람의 소망이요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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