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아]"또박 또박"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춘아]"또박 또박"

[문화초대석]이춘아 유성문화원 사무국장

  • 승인 2007-12-23 00:00
  • 신문게재 2007-12-24 20면
  • 이춘아 유성문화원 사무국장이춘아 유성문화원 사무국장
▲ 이춘아 유성문화원 사무국장
▲ 이춘아 유성문화원 사무국장
2007년도 수첩의 첫 메모가 ‘또박또박`이었다. 아마 올 한해를 한걸음 한걸음 정확하게 내딛고 싶었던 모양이다. 정확하게 라기보다는 왜 내딛는지 알고 하자는 의미도 있었을거고. 그래서 올해 시도한 것이 ‘나, 이춘아의 문화적 기억`을 하나씩 써나가는 것이었다. 주제어를 정해 써보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고, 그때그때 단상형태가 됐다.

나는 역사시간의 연대기 외우기를 싫어했다. 생각해보니 몇 년도에 무엇이 있었는지 그것이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에 대한 반항이었다. 그 해의 사건이 지니는 의미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것이다라는 문리를 터득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 수첩의 월, 일에는 뭔가가 적혀있다. 나는 뭔가를 했다.

그러나 수첩의 뒤쪽 빈칸에 적혀있는 내용은 그 당시는 의미 있는 것들이라 생각돼 적어 둔 것이지만 스스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 고등학교 시절 일기장의 메모와 아마도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왜 살아야하는지`,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의 그런 내용으로 쓰여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할매들 동창회에서 “야, 니 옛날하고 똑같다” 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제3자는 그 할매들의 모습에서 분명 나이를 보게 될 것이어서 할매들이 웃긴다 라고 여길 것이다.

웃기지 않는 할매의 이야기가 있다. 6월 한 일간지에서 박경리 선생을 인터뷰한 기사가 내 수첩에 메모돼 있다. “옛날 일 지금도 기억하세요?(질문)”, “그럼 다 생각나지 희한하게 날이 갈수록 생생해, 새벽에 계속 무언가가 쏟아져 나와 안쓰면 못 배기겠더라고, 그게 하필이면 내 가족 이야기라는게 이상해. 아마도 이제는 그때 일을 정리할 때가 됐다는 걸 내 몸이 먼저 아는 것 같아. ... 원래 먹어야하는 약이 많아. 하지만 혈압약만 먹어. 병원에도 1년에 두 번 정도만 가고. 살아보겠다고 날마다 약먹고 병원가고 하는 거 내 생명을 저울질하며 사는 것 같아서 싫어(대답)”

2007년이 지나가고 2008년이 온다는 것은 분명하고 나도 나이를 하나 더 챙기게 된다는 것도 분명하다. 이렇게 분명한 연대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애써 모른 채 하면서 예나 지금이나 생각하고 있는 것은 비슷하다는데 방점을 찍고 있는 현재의 나는 무엇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일까. 연대기는 사건이고 그 사건으로 인해 내 삶에 무늬는 달라질지 몰라도 내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해 넘어가는 시점에서 분명히하고 가자는 것 일게다. 세상 뒤짚어질 것처럼 난리치는 건건 속에 스스로 매몰되지 않고자 하는 것 그것이 살아가는 힘이라고.

식구들 모두 저녁식사 약속이 있다고 하여 갑자기 덤같이 여겨진 시간에 잠시 방황하다 집으로 총총 발길을 돌린다. 나 혼자 밥과 김치를 먹고 싶기 때문이다. 배추김치와 무의 아삭아삭한 경쾌한 소리와 톡 쏘는듯한 맛에 입안 가득한 행복감을 씹는다. 이 맛이야! 배추김치를 입에 넣으며, 문득 오래된 기억을 떠올린다. 어릴 때 엄마는 김치 줄기부분을 잘라 물에 헹궈 밥 위에 얹어 주었다. 그리고 나도 내 아이에게 그렇게 해주었다. 삶은 계속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