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상]태안 기름 유출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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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상]태안 기름 유출이 주는 교훈

윤은상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승인 2007-12-20 00:00
지난 12월 7일 아침, 충남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 북서방 8km 해상에서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가 유출되는 선박 충돌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번 사고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에서의 무리한 운항을 한 예인선과 관제실의 경고에도 서둘러 이동하지 않은 유조선, 교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관계자들의 안일한 판단 등이 겹친 인재로 확인되고 있다.

전체 유출량 1만2천547㎘. 원상 복구를 장담할 수 없는 재앙 수준이지만 방제 작업의 표면적인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해경은 현재까지 수거된 폐유와 흡착폐기물을 환산했을 때 전체 유출량의 30% 정도가 제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출된 원유에는 휘발성이 강한 경질유가 30~50% 포함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남아있는 양은 전체 유출량의 50%를 밑도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 이후 10만을 훨씬 넘는 순수 자원봉사자가 방제활동에 직접 참여했고, 연인원 25만 여명의 방제인력이 참여해 통상적으로 2~3개월간의 1차 방제작업으로 달성할 수 있는 성과(95년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 5개월간 수거 분량)를 단 10여일 만에 해낸 것은 놀랍고도 감동스러운 일이다.

그 동안 '냄비근성'이다 뭐다 하며 하나의 사안에 대해 일시적으로 반응하는 우리 사회의 행태를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많았지만, 반면 우리에게는 큰 아픔을 나눔의 문화로 함께 치유하는 건강한 사회면역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칫 건강을 해칠 수도 있고 어떤 형태로든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하는 방제활동에 기꺼이 자신의 노력과 비용을 들여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는 인식의 변화와 시민의식의 성장을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한 시대가 누리는 자산은 다음 세대의 새로운 자산으로 온전히 남겨져야 한다는 것을, 태안은 자신의 고통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적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 초기 오염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직접적인 방제노력은 그 어떤 것보다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언론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시각이 주로 방제작업의 성과에 맞춰져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시각은 문제해결을 위한 균형 있는 접근을 방해해 자칫 사고를 단순 봉합차원에서 마무리 짓게 할 수도 있다.

방제 노력과 더불어 우리가 그만큼 정성을 쏟아야 할 곳은 사고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리고 사고의 책임과 관련해서도 몇몇 관련자들의 처벌과 보험금액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의 보상뿐만 아니라 간접적이고 2차적인 피해와 장기적인 생태환경의 치유부분까지 책임의 범위를 확대하는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양의 폐유는 그대로 바다에 남아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원유의 휘발성분이 대기 중으로 날아가고 남은 폐유찌꺼기로 형성된 '타르 덩어리'와 엷은 기름띠가 해류를 타고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고 유화제 살포와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원유에 의한 2차 오염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생태계의 피해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이다.

방제작업을 돕기 위해 한국을 찾은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방제작업의 속도와 양에 대해 경이로움을 표하면서도,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함을 이야기하고 사고 초기부터 피해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분석을 진행해 체계적인 생태계 복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이번 사고는 명확한 인재다. 예측되는 악조건 속에서 운항을 강행하면서도 안전사고에 대한 방지대책이 소홀했다. 대기업 조선사 삼성중공업의 안전 불감증이다. 2010년 이후 안전을 위해 단일선체 유조선의 이용을 금지하는 방침이 서 있는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국내 굴지의 정유사들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이를 외면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부재한 탓이다. 그러면서도 사고 이후 지금까지 원인을 제공한 회사들이 사과와 책임을 이야기한 적이 과연 있었던가?

차제에 우리가 사고 기업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묻지 않고 제도화 등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방제노력도 일시적인 사회적 쏠림현상으로 평가절하 되고, '냄비근성'이라는 국제적인 비웃음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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