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2주가 지난 20일. 천리포 해수욕장의 북쪽 끝단 갯바위에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방제작업에 열심이었다.
이들은 203특공여단 장병들. 기름으로 범벅이 된 갯바위에 앉아 흡착포를 손에 쥔 채 돌에 묻은 기름을 제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장병들이 방제작업에 투입된 것은 사고 발생 사흘 째인 지난 9일.태안 앞바다가 기름으로 범벅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병들에게는 기름 제거 작업 투입이라는 명령이 하달됐다.
▲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14일째인 20일 203특공여단 장병들이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 인근에서 자원봉사자가 접근이 어려운 해안을 중심으로 기름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 특별취재반 |
부대에는 최소한의 병력만 남긴 채 모든 부대원을 방제 작업에 투입했으며, 이후 연일 승전보를 올리고 있다.
만리포 해안가에 처음 투입된 군 장병들은 온몸에 기름을 뒤집어쓰며 해안가에 밀려든 기름을 퍼냈다. 이후 자원봉사자들이 늘어나면서 장병들은 작업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천리포 해안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이 일대에서는 기름기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방제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해양경찰청 윤혁수 경비구난국장은 “군 장병들의 활약이 대단하다”며 “봉사자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이들이 한번 지나가면 깨끗해진다”고 노고를 치하했다.
제 2의 집인 부대를 떠난 장병들은 부대가 그립기도 하고 아침이면 숙소를 떠나 꼬불꼬불한 산길을 40여분 걸어 천리포 북 끝단까지 올라야 하지만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이니 보람차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입대 3개월째인 유철호 이병은 “누나가 인근에서 교사로 근무해 태안에는 자주 놀러왔었는데 기름바다로 변한 바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저 뿐만 아니라 동료들이 함께 열심히 방제 작업에 나서 본래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제대를 40여일 앞둔 문예철 병장도 “군 복무가 나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인 것처럼 나라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군인이 투입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그동안의 군생활 못지않게 방제작업도 보람차다”고 말했다.
육군은 연인원 32사단 1만6253명, 62사단 6354명 등 지역병력은 물론 203특공여단 6476명, 7공수여단 7700여명, 환경대대 3170여명 등 전문인력을 투입해 기름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차량과 특수건설장비 등 160여대를 동원했고 페이로다 4대, 굴삭기 3대, 불도저 1대를 투입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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