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균 우송정보대학 교수 |
이는 기업 윤리를 망각하고 화폐와 권력을 결탁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이용해 로비를 한 한국식 천민적 졸부의식에서 발생한 것이라 생각된다. 천민적 졸부의식은 돈이나 시설 같은 물질적인 것에서부터 기술, 정책, 사상,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제몫만 챙기려 하는 데서 기인된다고 본다. 여기에는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PISA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 의하면 한국 학생들의 문제풀이 능력은 세계 1위다. 하지만 자기 주도적 학습 관련 영역에서는 최하위의 점수를 받았다. 학생들이 외우는, 획일적 교육을 받아 문제는 잘 풀지만 창의력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이 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 인프라 투자는 4년제 대학에서 교수가 아닌 시간강사 등 비전임 교원에게 의존하는 비율이 60%에 가깝고 또한 도서관 예산은 고작 연평균 10억 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 경쟁력에서도 스위스 국제 경영개발원(IMD)의 2006년 세계 대학교육 경쟁사회 요구적합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4.9점을 받아 61개국 중 50위였다. 영국 더 타임스의 대학평가에서 세계 200위권 대학은 한국은 3개 대학뿐으로 서울대가 63위, 고려대가 150위, 그리고 KAIST가 198위를 기록했다.
또한, 국제 과학기술 논문색인(SCI) 건수에서는 100위 안에 든 대학이 32위를 한 서울대학교 뿐 이였다.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에서는 매년 37만 명의 졸업생에게 학사학위를 수여한다. 그런데 학사학위를 수여받은 사람들을 기업이 채용하여 제대로 써먹으려면 20개월 정도 걸리고 재교육 비용으로 6000만원이 든다고 한국 경총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챙겨주고 자식의 취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모의 뜻대로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는 책임도 있고 대학입시부터 생기는 혼란으로 본인이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가 아닌 점수에 맞추어 진학한 학생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학들이 자기대학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마구 뽑은 데서도 기인한다.
예컨대 이공계 학생들에겐 수학이 필수인데 올 대입에서 이공계 전공에 필요한 ‘수리 가 ` 형을 요구한 대학은 31곳 뿐 이고 일부 공과대학에선 아예 교육과정에 미적분이나 수학을 빼 버린 곳도 있다.
한편 요즈음 일부사립 대학들은 부족해진 고교 졸업생을 유치해 정원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구조조정이라는 명제 아래 녹녹치 않은 대학 교수들을 ?아내기 위한 대학 개혁을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연구실에서 지친 육신 하나 누일 수 없는 비참한 몰골로 오로지 사학재단에 충성만을 강요당하는 현실을 감내하며 강단에 서서 힘든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들이 학생들을 위한 인격도야와 지식 전달에 얼마나 충실할 수 있겠는가?
교수로서 본분보다는 눈치 보고 재단에 줄서기하는 것을 본업으로 여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러고서도 어찌 대학이 천민적 졸부라 아니할 것인가?
백년 앞을 내다봐야 할 교육개혁을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것으로 본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정책이 어느 특정 단체나 사심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면서 대학교육이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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