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일찍 투표를 마치고 현장을 찾은 일반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2만5000여명의 민관군 인력이 복구작업에 나서 인간띠를 이루며 기름제거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이 영상 5도를 넘으며 비교적 포근한 겨울 날씨를 보인 태안 앞바다에는 찬 바람도 잦아들어 자원봉사자들이 복구 작업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정치권에선 주소지에서 일찌감치 투표를 마친 무소속 이회창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잇따라 태안 원유유출 피해현장을 찾아 주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방제작업을 벌여 이번 사고에 대한 정치권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일반자원봉사자 발길도 이어졌다. 백리포 해안에서 만난 최호찬(38)씨는 “아내와 함께 아침에 투표를 마치고 아들(8)과 함께 자원봉사에 나섰는 데 일하다보니 땀이 날 정도로 날씨가 좋아 다행”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경기도 평택에서 온 이석범(45)씨 가족도 이날 휴일을 맞아 아이들과 파도리 해수욕장을 찾아 피해복구 작업에 동참했다. 이씨는 “일찍 동참했어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야 왔다”며 “오늘도 또 늦어 정작 작업시간은 얼마되지 않겠지만 열심히 일하다 갈 생각”이라고 했다.
기말시험을 마친 중고등 학생들도 휴일을 이용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서울 원목고 정찬섭(17)군과 친구 6명은 이날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만리포 해수욕장을 찾았다. 정군은 “지난 주말 친구들이 하나 둘 자원봉사를 다녀왔다는 얘기를 듣고 자원봉사를 나오기로 결심했다”며 “걱정도 많이 했는데 일도 힘들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해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전주에서 온 최성현(17)양 등 3명도 함께 마주앉아 기름 묻은 바위를 닦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자원봉사에 임했다.
사고 발생 뒤 피해 복구 작업에 나섰던 주민들은 선거일을 맞아 방제 작업을 잠시 쉬고 그동안 밀린 집안 일 등을 하며 휴식을 취했다.
태안 파도리 이은구(70)씨는 “갑자기 밀어닥친 기름으로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며 “몸도 안 좋은데다 매일 복구 작업에 나서다보니 걷기도 힘들지만 투표는 해야겠기에 집에서 쉬다 잠시 나왔다”고 말했다.
또 일부 주민들은 잠시도 쉬지 못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복구 작업에 나서 힘을 보탰다.
일찍 투표를 마친 노병도(58.모항2리)씨는 “어떤 대통령이 뽑히든 빠른 시간 안에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해 줬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이 이렇게 열심히 도와주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면서 복구 작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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