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방금 내가 한 말은 농담이었느니라.”
논어를 보면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 원본 그대로 나와도 손색없을 대목들이 알알이 박혀 있다. 이인호 교수의 번역을 빌리면, 가랑이를 벌리고 공자를 맞이한 원양에게 “늙어서 죽지도 않는 건 나이 도둑질이지”라며 조인트를 깠다고 헌문편에 나온다. 고상하게 번역하면 “지팡이로 정강이를 때리셨다” 정도일 것이다. 사람이 죽어도 감각이 있느냐는 자공의 질문에는 “응… 죽어보면 알 거야.”(공자가어)
성인이신 공자의 어록이라고는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기록 그대로다. 공자는 어느 날 유비라는 사람이 찾아와도 몸이 아픈 척하며 만나주지 않는다. 그러더니 손님이 문밖에 나서자 손님 들으라고 거문고 뜯으며 노래 부르는(取瑟而歌) 우리의 공자님!(양화편) 어디 상상할 수나 있겠는가.
근엄이라면 첫 손가락에 꼽힐 공자의 격의 없는 농담만으로 즐거운데 유머감각까지 고단수다. 당채꽃 펄럭이는데 어찌 임 생각 않으리오만 너무 멀구나. 이렇게 새겼던 부분을 놓고는 “그리움이 절실하지 않은 모양이지. 정말 그립다면 어떻게 멀다는 소리가 나와?”(未知思也, 夫何遠之有)라고 핀잔한다. “진정 사랑하는 것이 아닌 것이지. 어찌 집을 멀다 하리오”로 풀었을 때와 맛이 다르다.
자공이 정치하는 사람에 대해 물었던 때처럼, 공자에게 이번 선거를 물어본다면 좋은 대답 듣긴 글렀고 아마 이랬겠다. 밥통 같은 놈들! 뭘 하는 작자들이여? 역시 이 교수의 탁월한 번역이다. 논어의 ‘두소지인`은 도량 좁은 사람, 대나무 밥통을 일컫기도 한다. 그러니 놀라지 마시라. 존경하는 공자의 감각에 비춰 그 다음엔 또 이렇게 덧붙였을지 모른다. “얘들아, 오래간만에 최 위원 말이 옳구나. 아까 한 말은 농담이란다(前言戱之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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