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종남 박사 |
그런데 우리에게 이태백은 “시선(詩仙) 이태백”이 아닌 “청년실업자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러다 “이태백이라 함은 청년실업자를 가리키는 속칭”으로 사전에 오르지나 않을지 걱정될 지경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지금은 경제회복과 더불어 많이 나아졌지만 소위 잃어버린 10년동안 “니트(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 이라 불리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어 사회문제화로 고민한 적이 있다.
여기엔 일하지 않고 즐거움만 찾아 향락적으로 생활하는 “선진국형”에서 부터 사회와 관계를 끊고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히키코모리라는 “일본형” 그리고 일단 취직은 했지만 적응하지 못해 직장을 그만 둔 후 자신감을 잃은 젊은이 등이 포함된다.
▶ 학력은 늘고 실력은 줄고...
우리나라의 청년실업은 어느 정도일까?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6년 11월 “고용동향”통계를 보자. 전체 실업자 77만명중 20대 청년 실업자는 32만명이다. 또 20대 청년실업자 층에서 대학 재학 이상의 고학력 실업자가 25만명에 이른다.
1970년, 8.7%에 불과하던 대학 취학률은 2006년에는 70%로 10명중 7명은 대학에 진학한다. 그런데 교수 1인당 학생수는 19.1명에서 36명으로 늘어났다. 높은 대학 취학률에 비해 교육 환경은 이를 따르지 못해 학력은 높아졌는데 기업에서 원하는 실력을 갖춘 인력은 부족한 현실을 맞이한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고질화될 소지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들어섰다. 통계청의 생명표를 보면 1960년에 52세였던 평균수명은 2006년에는 79세로 40여년 만에 27세 이상 늘어났다.
그런데 직장에서 물러나는 나이는 점점 줄어들어 직장인이 피부로 느끼는 정년은 36.5세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육이오(62세까지 자리에 있으면 오적)”, “오륙도(오십육세까지 자리에 있으면 도둑)”이니 하더니 어느 사이에 “사오정(45세 정년)”, “삼팔선(38세 정년)”까지 내려왔다. 이러다가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은 직장의 문턱도 밟아 보지 못하고 영원히 실업자로 남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을
이백과 함께 생각나는 고사성어가 하나 있다. “마부작침(磨斧作針)”, 즉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이백은 시와 글씨는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정작 공부에는 열성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아버지는 이백을 산속에 들어가 학문에 정진토록 했지만 이내 싫증이 난 그는 스승 몰래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한 노파를 만났다.
노파는 물가에 앉아 바위에 도끼를 갈고 있었다. 호기심이 생긴 이백이 연유를 묻자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아니 어떻게 그 도끼로 바늘을 만듭니까?” 노파는 태연자약하게 대꾸했다. “갈고 또 갈아 가늘게 만들면 바늘이 되지 않겠는가?” 순간 이백은 크게 깨닫고 열심히 노력해서 시선의 경지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이제는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직업”이다. 눈높이를 조절하면 취업의 문이 보인다. 경력을 쌓아 자신의 몸값(?)을 비싸게 만들어야 팔린다. 남과 같아서는 안된다. 자신만의 주특기를 개발해 차별화해야 눈에 띈다.
청년실업자가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만장자)이 되는 세상을 위해 본인은 물론 우리 사회 모두가 힘을 모을 때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서울대학교 과학기술혁신 최고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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