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중요하고 힘든 방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눈에 보이는 기름 제거에 덧붙여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실태를 조사 분석하는 일이다. 체계적인 복원 계획을 세우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기름 재앙이 덮칠 때부터 가장 우려했던 것이 생태계 파괴였다. 현장에서 전해지는 소식들은 예사롭지 않다. 기름에 뒤덮였던 파도리 해변에선 고래과인 ‘상쾡이`가 죽은 채로 잇달아 발견됐다. 새도 사라졌다고 한다. 수십 마리씩 날아다니던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심지어는 갈매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제인력을 피해 피신한 것이고 인력이 빠지면 돌아올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면 다행이지만 기름 재앙으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조짐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보이지 않는 곳은 더욱 심할 것이다. 해양 생물의 경우 산소와 햇빛이 차단돼 어패류와 부착생물 등의 폐사가 컸을 것이다. 특히 미생물과 해조류 저서동물 등 어류의 먹이가 되는 하등동물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름이 뒤덮은 갯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속에 살던 게와 굴 등 조개류며 수많은 미생물들이 폐사했을 것이다. 7000년 동안 형성된 갯벌이 하루아침에 무덤이 되었다. 마땅히 거대한 주검만큼 거대한 변화도 있을 것이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태안 일대 오염 지역의 생태계에 대한 긴급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내년 한 해 동안 기름오염이 어느 정도 생태계에 피해를 줬는지 면밀히 조사를 해 중장기 생태계 복원 계획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태안이 해양 생태계의 보고로 복원되느냐 하는 미래가 걸려있는 만큼 이번 조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조사와 복구 작업은 단시일에 끝날 일이 아니라 적어도 20년은 걸리는 일이다. 조사가 조사로만 끝난다거나, 좀 나아졌다고 해서 도중에 흐지부지 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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