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언 손’마음만은 뜨거워라

‘꽁꽁언 손’마음만은 뜨거워라

● 칼바람속 방제작업 현장 코흘리개도… 간호사도… 추운 날씨에 4만명 구슬땀

  • 승인 2007-12-18 00:00
  • 신문게재 2007-12-19 6면
  • 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18일 태안지역에 내린 눈과 함께 찬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불구하고 자원봉사자들의 인간띠는 매서운 바람도 꺽지 못했다.

특히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5도에 머문데다 바람과 함께 눈까지 내려 아침 일찍부터 방제작업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은 추위에 떨어야만 했다.

하지만 허베이 스피리트호에서 쏟아져 내린 기름을 조금이라도 걷어 내려고 모인 4만여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은 즐겁고 뜨겁기만 했다.

이날 태안 파도리 해수욕장에서 이틀째 봉사 활동 중이라는 김기원(41·전주)씨는 “내복에다 두터운 점퍼까지 입었는데 살을 파고 드는 바람이 매섭다”면서도 “이정도는 참을 수 있다”며 기름 띠를 제거하기 위해 바다로 향했다.

만리포 해수욕장을 찾은 단국대 병원 직원들도 칼바람을 맞으며 복구 작업에 나섰다.
간호사 강수진(31)씨는 “아침 도착할 때는 눈도 내리고 바람이 불어 추웠지만 오후들어 날씨가 많이 좋아져 작업하기에 힘들지 않았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열심히하고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들도 방학을 맞아 하나둘 자원봉사에 나서 주민들에게 큰 힘을 보탰다.
전북대 총학생회는 자원봉사단을 모아 이날 학생 200여명과 함께 파도리 해수욕장을 찾아 갯바위에 묻은 기름을 제거했다. 일행인 전수현(22·법학 2)군은 “이번 주 말까지 기말시험 기간이었는데 교수님께서 특별히 배려를 해주셔 일찍 시험을 치르고 자원봉사에 나섰다”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왔지만 막상 바위에 앉아 기름 묻은 돌을 닦으려니 힘도 들고 이 많은 피해를 언제다 복구할 지 의문스럽다”며 안타까워했다.

자원봉사에는 나이 어린 학생들도 빠지지 않았다. 서울 장산중의 김덕근(41) 교사는 “반 아이 30명에게 자원봉사에 동참하지 않겠느냐고 의사를 물으니 아이들 모두 흔쾌히 동의해 자원봉사에 나섰다”며 “추운 날씨 속에서 아이들이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열심히 기름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장신대, 천안정보고 등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태안 해안 곳곳에서 복구작업에 열중했다.

주민 박춘자(71)씨는 “주말에는 10살도 안되는 아이들도 부모 손 잡고 나와서 기름 제거 작업을 했다”며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제작업에는 함선 857척, 항공기 15대, 자원봉사자 3만9252명이 참가해 폐유 95㎘, 흡착폐기물 1019㎘를 수거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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