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항 건양대 보건복지대학원장 |
어리기 때문에 자기들의 처지를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설사 안다고 하여도 표현할 능력이 없다. 대통령 선거기간이지만 어느 대선 주자도 이들에 대하여 관심을 두지 않는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노인, 장애인과 달리 이들은 표와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슷한 나이 또래 끼리 한 방을 쓰며 엄마라고 불리는 보육교사의 보살핌을 받는다. 보육교사들은 24시간 교대로 근무한다. 하루 걸러 엄마가 바뀌는 셈이다. 보육교사마다 성격이 달라 하루는 온순하고 배려하는 엄마가, 다른 하루는 성격이 급하고 과격한 엄마가 보살피게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겐 온탕냉탕을 오가는 나날이 될 수 있다. 커 가면서 수많은 보육교사를 만나게 된다. 18세까지 시설에서 자란다면 아마 수십 명의 엄마를 갖게 될 수 있다.
연세대학교 양재모 명예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1950년대 미국에서는 잦은 보모의 바뀜이 고아들의 발육과 성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하여 실험을 하였다. 한 그룹은 보모가 1년 간 바뀌지 않고 계속 아이들을 돌보고, 다른 그룹은 보모가 3개월마다 바뀌는 환경에서 이들의 발육상태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보모가 바뀌는 그룹에선 아이들이 새 보모에게 적응하는데 일주일 정도 걸렸다. 이 기간 중 고아들은 설사를 하고 식욕을 잃고 보채었다. 3개월마다 보모가 바뀌면 똑 같은 과정을 반복하였다. 1년 후 양 집단을 비교하여 보니 한 명의 보모가 계속 양육한 고아들은 발육상태도 좋고 성격도 밝은 반면 3개월 마다 보모가 바뀐 집단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아동을 가정에 입양 하거나 위탁하여 기르는 제도로 바꾸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고아들을 시설에 수용하여 기른다. 18세까지 시설에서 자라는데 전국적으로 200여개 시설에 2만여 명이나 된다.
그들은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자는 단체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성격과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을 터이나 한 사람의 보육교사가 많은 아이들의 개인적인 차이를 일일이 배려하기는 어렵다. 의식주가 풍족하게 공급되어도 통제되는 생활을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2년간의 군대생활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런데 이들 고아들은 길게는 10년 이상 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한다.
대한민국 어린이헌장 제1조는 ‘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지금 보육원에서 자라고 있는 고아들이 이렇게 따뜻한 가정에서 살고 있는가? 이들에게 따뜻한 가정을 주는 길은 입양뿐이 없다.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이다. 나라의 앞날을 짊어 질 한국인으로 자라도록 하여야 한다(헌장 제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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