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과기인 퇴직연금, 사기진작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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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과기인 퇴직연금, 사기진작의 시작

[사이언스칼럼]이형주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승인 2007-12-17 00:00
  • 신문게재 2007-12-18 21면
  • 이형주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이형주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이형주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이형주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송년회 시즌이다. 이곳저곳 송년회가 한창이다. 얼마 전 필자도 한 송년회에 참석했다. 송년회에서는 온통 19일 대통령 선거가 큰 화제가 됐다.

또 온 국민이 걱정을 하고 있는 충남 태안의 기름유출 사고도 거론됐다. 개인적으로 태안의 기름유출 사고 지역 주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단연 화제가 된 이야기는 과학자들의 우울한 노후생활에 대한 것이다.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연구원들의 힘겨운 ‘퇴직 스토리`는 남아있는 과학자들의 어깨를 축 처지게 한다.

퇴직을 앞둔 한 과학자의 이야기다. 그는 20여 년 전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덕연구단지의 한 연구원에서 촉망 받는 연구원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퇴직을 앞둔 그는 그동안 세계적인 연구결과는 아니지만 산업화에 기여하는 여러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중간에 ‘교수 자리` 제안도 있었지만 그는 연구가 좋아 연구원에 평생을 머물렀다. 하지만 환갑이 지난 지금 그는 ‘반 평생 연구원` 생활을 후회하고 있다. 다른 이유 때문도 아니고 막막한 생계 때문이다.

그는 지난 99년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원 퇴직금 중간정산 시기에 중간정산을 받았다. 하지만 그때 ‘푼 돈`으로 받은 퇴직금은 ‘막막한 생계`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미래를 위한 투자 보다는 눈앞에 닥친 일이 급한 게 인간사이다 보니, 중간정산 퇴직금이 자녀 교육비와 결혼비용 등으로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부를 당시 호황이던 주식시장에 투자 했다가 ‘깡통`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취직도 하지 못한 자녀가 있는 상황에서 99년 이후 쌓인 약간의 퇴직금으로 두 부부가 여생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게 된 한 과학자의 사연이다.

최근 과학기술부가 과학기술인공제회를 통해 과학기술인들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4년 전 과학기술인들의 노후와 복지를 위해 출범한 단체이다. 하지만 공제회는 기금 부족으로 그동안 과학기술인 노후보장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이런 과학기술인 노후생활 보장에 불을 붙인 것이 지난 9월이다. 김우식 과학기술부장관 겸 부총리가 당시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찾은 자리에서 ‘과학기술인력관리 특별지원사업`으로 2000억원의 특별자금 조성계획을 밝히면서부터다. 과학기술인들의 숙원사업인 퇴직연금제도가 출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과학기술계의 한 사람으로서 과학기술인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다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작금의 사회적 현상인 ‘이공계 기피`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과학기술인의 장래 불안정성 때문이 아닐까. 과학기술인 퇴직연금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소하는 데에도 일조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물론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없지는 않다.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공무원 연금이나 사학연금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내부에서 반발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연금개혁의 틀 속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21세기가 과학기술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데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 EU를 비롯한 선진국과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과 BRICs 그룹 등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쥐려는 각국이 과학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이런 과학기술입국의 기본은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기진작이다. 내년도 과학기술인들의 모임에는 과학자들의 노후가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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