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참으로 어이없는 사고다. 그러나 매우 이유 있는 사고다. 사고 때마다 뒷북치는 우리의 재난예방시스템과 대응매뉴얼, 재난지휘체계 등 몽땅 수리해야 할 것들 뿐이다.
전국에서 자원봉사자가 태안반도로 몰려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도 8일부터 오염현장의 문제를 국민에게 알리고 야생조류를 구조하는 등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여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태안에 꾸려졌다는 대책본부는 현장과 괴리되어 있고, 오염현황분석과 예측은 제각각이며, 복구사업도 중구난방이다.
하루 수천 명씩 몰려드는 자원봉사자를 관리하지 못해 일감을 주지 못하고, 복구장비와 소모품, 작업지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봉사자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대책과 복구활동이 따로 놀고, 심지어는 생태계의 피해를 더욱 키우는 방향으로 엇박자가 나기도 한다.
이래서야 정부의 계획대로 두 달 안에 기름에 찌든 모래를 어찌 다 걷어내며, 기름과 화학약품으로 바닥까지 오염된 해양생태계를 십 수 년 내에 어찌 복구하겠는가?
하루라도 일찍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관 중심의 현장 지휘체계를 민관합동 활동체계로 재정비해야 한다. 오염현황과 확산예측, 복구계획과 대상지역, 복구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통합지휘본부가 필요하다. 피해지역과 피해상황, 복구활동 참여자가 모두 가변적인 상황에서는 판단오류와 자원낭비를 줄이는 통합적 활동이 요긴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와 민간 사이에 상반되는 복구방법에 대한 재검토와 통제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오신다고 혹은 기름띠 확산을 방지한다고 유화제를 광범위한 지역에 대량 살포하는 임기응변은 중단해야 한다. 기름을 화학약품으로 버무려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는 것은 문제해결도 못하고 바다와 바다에 기대 살아온 어민들을 영원히 죽이는 짓이다.
마지막으로 확산된 기름과 유화제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주민들의 건강과 추가적인 피해를 줄여야 한다. 원유와 유화제에는 건강피해를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 벤젠과 톨루엔 같은 유기화합물질(VOCS)이 지역주민과 자원봉사자, 바다 생물들을 위협하고 있다. 고된 복구작업과 스트레스로 주민과 자원봉사자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대기 중에 확산된 오염원들이 태안반도 전역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서해의 검은 눈물을 닦기 위해 달려온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의 건강검진, 역학조사 등이 속히 진행돼야 하며, 유해물질로부터 주민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호장비도 지급해야 한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기름과 화학물질로 초토화된 해상국립공원 태안반도는 수십 년의 세월과 각고의 노력 끝에야 죽은 생명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갯벌에서 조개와 고둥과 철새들이 아름다운 생명의 시간을 다시 이어가게 하려면 2007년 12월, 지역과 정당과 지지하는 후보로 갈라진 우리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 국가적 재앙극복에 동참하는 자원봉사의 물결과 헌옷, 지역주민을 위한 성금, 건강보호장비를 모아 태안에 전하는 진실한 마음들이 모아져야만 죽음의 문턱에서 신음하는 태안 앞바다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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