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이백)이 쓴 ‘노중도동루취기작(魯中都東樓醉起作)`은 ‘노나라 중도의 동쪽에서 취했다 일어나`의 뜻인데 본문을 풀면 이렇다. ‘어제 동루에서 취하였으니 / 또 분명히 두건을 거꾸로 썼을 게다 / 누가 부축하여 말에 태웠나 / 동루를 내려온 기억이 나질 않아.`
읽으면 읽을수록 이태백은 서양의 박카스와 맞겨루는 동양의 주선(酒仙)답게 은근히 중독성을 풍긴다. ‘안사람에게(贈內)`에서는 ‘삼백육십일을(三百六十日) 날마다 곤드레만드레 취하니(日日醉如泥) 비록 이백의 부인이나(雖爲李白婦) 태상의 아내와 뭐가 다르랴(何異太常妻)` 했다. 그래도 10년 동안 마누라 얼굴 딱 두 번 봤다는 두보보다는 양호하다.
그러나 술꾼의 주변 사람들에겐 남모르는 고통이 따른다. 지난번 어떤 모임에 멋모르고 가서 보니, 마시려면 삼백 잔은 마신다는 주당 모임이었다. 술을 피할 방도를 찾다가 작심하고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는 길을 택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박수에 맞춰 거푸 몇 순배 돌리던 중 누가 이태백의 주량을 물었다. 정황으로 미뤄 주량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된 질문이었다. 술 상식들도 거침없었다. 혹자는 이태백 시절의 술 한 말은 6.45리터, 생맥주 500cc짜리 13잔쯤이라 한다. 또 혹자는 폭탄주 한 잔의 에탄올을 100g으로 잡고 이태백이 매일 3㎏의 에탄올을 마셨다며 주판알을 퉁긴다. 다른 혹자는 이태백 주량을 폭탄주 30잔으로 심드렁하게 규정했다. 이태백의 술은 독주 아닌 조주(稠酒)였고 술 한 말이 주옥같은 시 백 편의 원료라는 폭탄 제조자의 해설까진 그럭저럭 괜찮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마지막 혹자에게 30잔의 폭탄주를 바치는 무모함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만하면 글의 논점일탈(論點逸脫)을 무릅쓰고라도, 폭탄주 제조에서 손떼겠다고 오늘 서약할 이유로서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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