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률 3군단 소령 |
이러한 현실이지만 아직까지 사회생활에서 자필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다. 그 한 예로, 메모(memo)는 자필이 가지는 뛰어난 기동성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메모는 하루가 모르게 변화되어 가는 사회 속의 바쁜 일상에서 자신을 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살아가게 해주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메모는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위한 첫 걸음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다. 여러 가지 정보와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저장해 두다보면 쉽게 망각하고 만다. 인간의 기억은 서로 다른 세 개의 상호작용하는 저장 시스템 즉, 감각저장, 단기기억(短期記憶), 장기기억(長期記憶)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누구나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던 것을 망각하기 마련이며, 기억하지 못하면 결국은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메모지(수첩)을 이용해 메모를 하면서 시간을 관리한다면 자신의 할 일을 명확하게 알 수 있고 시의적절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메모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지적재산이 늘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의 뇌에서는 순간순간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모는 자신만의 아이디어 보물창고를 만들어 주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수첩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계획성과 추진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해마다 많은 기업이나 단체들도 직원용 수첩을 만들어 배부하고, 우리 군에서도 수첩을 해마다 제작하여 배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육군수첩은 소위 때부터 시작해서 벌써 10권이 넘는다. 첫 번째 육군수첩인 소대장(소위)때 수첩의 월력표에는 중대장님, 대대장님, 연대장님의 강조사항, 내 소대원들의 이름과 특징,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색깔별로 꼼꼼하게 구분되어 적혀 있다. 지금 휴대하고 다니는 육군수첩 월력표에도 색깔펜과 형광펜으로 잘 구분된 메모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소위 때부터 일관되게 월력표에 색깔펜과 형광펜을 이용하여 근무, 휴가, 경조사, 자금 사용, 전출?입 등을 표시하는 내 메모 습관은 추진하는 업무를 놓치는 일 없이 계획성 있게 처리하게 해 주었다. 또한 수첩이 바뀔 때 재활용 할 수 있는 메모를 위해 포스트잇도 적절히 사용하였는데, 이는 간단한 정보 이동을 위한 방법으로 작은 노력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메모를 시작하는 것이다. 꼼꼼하게 수첩에 메모를 하다보면 내일을 보는 눈이 생기는 법이다. 메모 없는 백지 수첩은 사람의 마음을 썰렁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메모를 강제적으로 시키는 직장은 없지만 꼼꼼하게 수첩에 메모하는 야무진 마음가짐은 계획성과 추진력을 가진 인간을 만들어 낸다.
덧붙여 지속적인 메모 습관을 위해 자기만의 정리기술도 필요하다. 업무의 질을 높이는 메모와 정리기술은 다음 업무를 시작하기 위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부터 수첩에 꼼꼼히 적는 메모습관을 통해 시간관리 뿐만 아니라 사람관리, 자금관리 등 자신만의 지적 재산을 증식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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