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윤명 국가기록원장 |
이와 관련, 건립과정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던 캐나다 도서기록청 개티노보존센터의 데일카메론 과장이 지난 2003년 열린 초청 워크숍에서 한 말이 있다.
그는 한국의 나라기록관 설립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우리가 보유하고 있던 세계 최고의 기록보존시설 자리는 이제 한국에 내주어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나라기록관 건립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인 기록문화 메카로 거듭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나라기록관은 연면적 6만2240m²,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로 건립됐으며, 투입예산은 모두 1206억원에 이른다.
건물의 외관은 역사를 담는 보석함의 모양으로, 업무·작업동과 전시·열람동이 보존서고를 감싸는 형태다.
국가기록물의 중요성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와 열려있는 기록과 문화공간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서고의 서가 길이는 200여㎞로 약400만권의 기록물을 수용할 수 있으며, 외부충격을 막기 위한 방폭·방수·내진 시설과 항온·항습 등의 첨단 설비도 갖췄다.
또한 세계 최초로 기록물 보안관리체계에 무선인식기술을 적용했으며, 사진 및 영화필름, 비디오, 오디오 등 특수 기록매체의 디지털작업과 화학처리, 복원 등이 가능한 최신 장비도 갖추고 있다.
전시동에는 동작인식시스템 등 최신 전시기법을 이용한 국가기록관과 대통령기록전시관, 기획전시실 등이 배치됐다.
국가기록관에서는 기록의 탄생기인 고대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와 해방기, 한국전쟁 기록, 정부수립 후 정책기록, 기록매체의 역사 등을 두루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전시관에는 역대 대통령의 초상과 대통령집무실, 외교활동 기록영상, 역대 대통령 선물 등이 전시된다.
나라기록관의 준공은 기록관리 행정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본원 중심의 기록관리가 나라기록관과 역사기록관(부산 소재), 대전 본원 등 다원적 구조로 변화되는 한편, 이에 걸맞는 새로운 역할분담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나라기록관은 건국 이후의 기록물을, 역사기록관은 건국이전의 기록물을 집중 관리하며, 대전 본원은 기록관리 정책과 제도를 총괄한다.
3개 권역별 관리를 통해 기록물 수집 관리의 효율성 역시 도모할 수 있다.
나라기록관 건립의 가장 큰 성과는 서고 기능을 넘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록문화의 열린 공간이 탄생한 점이다.
또한 기록전문가를 육성하는 교육의 공간이며, 우리의 선진 기록관리 시스템을 알리는 학술, 홍보의 공간이기도 하다.
기록물의 안전한 보존을 기본으로, 편리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등 고객 맞춤형 기록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체험 전시관 등을 통한 복합문화공간으로써 자리매김할 것이다.
나라기록관 건립은 우리나라가 이미 확보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중앙도서관 등을 포함한 3대 문화시설을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밖에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기록물을 제대로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은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동시에 얻는 지름길이 된다.
말레이시아 국가기록원은 수상이 퇴임하면 재임 시 머물던 관저를 전시관으로 활용하며, 사망 후에는 기념관으로 재활용한다.
초대부터 3대 수상까지의 관저는 현재 기념관으로, 마하티르총리의 관저는 전시관으로 각각 운영되고 있다.
그 결과 압둘 라만 초대 총리와 마하티르 총리는 올해 말레이시아 독립 5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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