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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9일자에 보도된 기사 전문-
[신목민학]<412>공무원의 農地
대전시 공무원들의 ‘수상한 농지’
茶山 "농사 안하면 농지 못 갖게"
경작 여부보다 매입 과정 더 문제
대전시 공무원 26명이 토지이용 목적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무더기로 징계를 받게 되었다. 시 간부 공부원 한 명도 2년 전 부인 명의로 농가주택 2채를 구입했다. 관광레저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이 땅은 그 후 땅값이 두 배 올랐다. 적발된 공무원 대부분은 “농사를 짓겠다”며 땅을 샀다. 그러나 농사는 짓지 않았다. 공무원 생활하면서 직접 농사를 짓기는 어렵다. 가족 명의로 전택(田宅)을 사들인 경우도 정말 거기 살거나 농사를 지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산(茶山)이 살아 돌아와 이런 소식을 접한다면 뭐라고 할까? 생각이 예전과 다르지 않다면 아마 크게 꾸중했을 일이다. 다산은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찬성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그의 ‘전론(田論)`에서 그 점을 분명히 하였다.
다산은 농지를 균등하게 소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토지를 균등하게 나눠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았다. 따라서 농지 소유에 상한(上限)을 두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고 여겼다.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농지를 고르게 분배하거나 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농사짓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농지를 주는 결과가 된다. 또한 농사에도 상공업에도 종사하지 않는 사람에게 농지를 주는 것이 된다. 상공업도 하지 않는 유한층(有限層)에까지 농지를 주는 것은 세상 사람들에게 놀고 먹기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 법이라면 좋은 것이 아니다.”
다산 같은 생각에서 보면 ‘공무원의 농지 소유`는 우선 그 자체가 문제다. 허나 지금 세상에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땅을 사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소유자 신분이 무엇이든 그 땅이 농지라면 정말 농사를 짓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대전시 공무원들의 경우, 단순히 농사를 짓지 않고 있다는 것보다 그 땅을 취득한 경위라 할 수 있다. 공무원으로서 알고 있는 개발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다산은 한 사람이 소유하는 농지의 크기를 제한하는 경우 “약은 수를 써서 남의 명의로 농지를 더 사들 누가 알 수 있겠느냐”며 현실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마찬가지로, 공무원의 부동산 거래-특히 개발과 관련된 투기 대상 토지를 구매하는 경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더라도, 명의를 빌려 사들이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삼년 청관(淸官)에 십만금(金)”이란 말이 있다. 청렴한 관리(官吏)도 3년이면 10만 금이 모인다는 뜻이다. 그러니 관리(官吏)가 맘만 먹으면 재물을 얼마나 많이 모을 수 있겠는가? 공무원들이 모으고, 불리는 재산은 더 투명해야 한다. 공무원 스스로가 땅 값이 오르거나 내릴 법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 이를 이용하여 재산을 늘리는 것은 큰 도둑질이다.
키케로의 의무론은 아들에게 주기 위해 썼다는 편지를 모은 글이다. 거기에 재산 증식 문제도 담겨 있다. “누구한테도 손해를 끼치지 않고 가산(家産)을 늘리는 것을 비난 할 생각은 없으나 항상 유념해야 할 사실은 의롭지 않은, 부정한 수단과 방법에 의한 재산 획득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가주택을 사들였던 대전시 간부 공무원은 도시계획 정보를 알 만한 부서에 근무한 바 있어, 직무 중 얻은 정보를 땅 투기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공무원이, 특히 고위공무원이 이러한 방법-도시계획 정보를 빼내 땅을 사고 파는-으로 재산을 불리는 사례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공무원 하다가 부자가 된 사람 중에는 그렇게 번 사람이 많다. 따라서 이런 방법은 이제 감시의 대상이다. 그런데 시 간부는 땅을 부인 명의로 매입하였으니, 순박한 것인지 대범한 것인지 모르겠다. / 김학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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