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관내 특수학급 선생님과 일반학급 선생님을 모시고 공개수업을 한다. 우리 학급은 중증장애학생 6명으로 제각각 장애특성이 다르지만, 한결 같이 밝은 웃음과 미소를 지을 줄 아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아이들이다.
교사의 긴장과 걱정은 눈곱만치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은 꾸밈없는 모습으로 평소처럼 행동하였다. 준하는 코를 파면서 다리를 책상위에 올리는 여유로운 사장님(별명)의 자태를 선보였고, 청개구리 경수는 연신 뒤를 돌아보며, 낯설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표현하며 끊임없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종알거렸다.
모델 소연이는 예쁜 머리모양을 뽐내면서 재밌으면 소리를 질렀고, 다람쥐 랑규는 큰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즐겁게 참여했으며, 스마일 재덕이는 수줍음으로 인해 미소 한가득한 얼굴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발표하였고, 똘똘이 상식이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휠체어에 앉아 대사를 말했다.
수업협의회 때 어떤 선생님께서는 경수가 연신 뒤돌아보며 무언가를 얘기하는데, 대답해주고 싶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수는 11살의 정신지체 1급으로 작년 5월에 갑자기 말문이 트이면서 끊임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수업 중에 낯선 선생님들께 말을 거는 모습은 분명 잘못되었지만, 1년살이 교육의 틀에서 바라보면 경수는 많이 발전하였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상황을 인지하여 재밌어하고, 표현하고자 노력한 경수의 모습은 지난 1년간 성장한 증표이다.
준하는 고도 비만으로 배가 불룩 나온 중증 자폐 아이이다. 참관하는 선생님들께서 폭소를 터트렸는데, 준하가 상자로 만든 기차모형을 타다 떨어뜨린 머리띠를 주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귀여웠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다면, 떨어진 머리띠 때문에 소리부터 지르고 울면서 자해행동을 했을 텐데. 가슴 찡한 아이의 노력이 고마웠다.
긴 터널 같았던 40분이 금새 가버렸다. 수업하면서 평소 같았던 아이들의 재미난 모습에 어느새 나도 긴장이 풀렸던 듯 싶다. 끝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였다.
특수교사로서 첫발을 내딛은 지 4년째다. 제각각 개성이 넘치는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수업을 만들고자 고민하였지만, 늘 수업 중에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자기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아이가 2년 동안 노력하여 자기 이름을 쓰고, 인사말도 못했던 아이가 씩씩하게 인사하는 모습에서 늘 희망을 보게 된다.
물론 우리 아이들을 수발하느라 퇴근 무렵이면 매우 지칠 때도 있지만, 내 삶의 동반자 아이들과 만나는 내일을 생각하면 피로감도 어느 새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준하, 소연, 재덕, 경수, 랑규, 상식아, 사랑해! 우리 많은 추억 만들면서 웃으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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