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열수력안전연구센터장 |
영어권에서는 지도책이나 도표책을 가리키기도 하는 이 단어가 한국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었다.
원자력의 안전을 떠받치는 ‘원자력 안전 지킴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대형 실험장치인 아틀라스를 준공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아틀라스는 핵연료봉 대신 전기로 가열되는 모의 연료봉을 사용해서 방사능 사고 우려 없이 다양한 사고를 똑같은 압력과 온도로 실제처럼 재현할 수 있는 거대 실험장치로, 정식명칭은 ‘원전 사고를 모의하는 선진 열수력 실험시설`(Advanced Thermal-hydraulic Test Loop for Accident Simulation)‘이다.
ATLAS라는 약칭에는 원자력 안전을 확고하게 떠받치면서 원자력 안전 기술 완성을 향한 지도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원전은 안전성에 대한 확인과 확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방사성물질을 사용하는 실제 발전소에서 고장이나 사고를 일부러 일으켜 안전성을 확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아무리 훌륭한 설계라 하더라도 실험과 평가를 통해 충분히 검증한 후 채택하는 것이 원자력 안전의 중요한 원칙이다.
아틀라스는 원자로의 냉각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모의하는 ‘열수력 종합실험시설`로서 안전연구시설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전의 안전성과 국민 신뢰를 더욱 높이고, 원전 수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틀라스는 벌써부터 세계적인 핵심 연구시설로서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으면서, 벌써 5년치의 실험계획을 확보하고 순조롭게 가동 중이다.
그러나 아틀라스의 구축을 위해 연구팀이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열악한 연구비 환경에서 200억원 이상의 연구비가 투입되는 대형사업에 대한 공감대 확보가 첫 번째 과제였는데, 다행히 원자력 안전 전문가들과 원자력연구원내 동료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부의 결단으로 착수할 수 있었다.
2003년 1월 본격적인 장치 구축에 들어간 후 2년간은 기술적 도전과 극복 과정의 연속이었다.
185기압, 370도까지 운전되는 시설에서 일부러 사고를 일으키고, 내부의 온도 압력 유속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1200개 이상의 계측기를 설치하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였다.
중간에 원자재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해서 업체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고, 제작이 완료된 부품의 수압시험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되는 난감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그렇지만 연구진에게는 세계 최고의 장치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이 있었기에 때로는 밤을 세워가며 머리를 쓰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난관을 해결해 나갔다.
협력 업체들도 이 장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최선을 다해주고, 비슷한 장치를 구축·운영한 경험이 있는 일본과 미국의 전문가들도 자기 일처럼 도와주었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겨울밤을 새우면서 첫 번째 수압시험에 성공하던 순간, 첫 번째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새벽공기를 마시며 연구원을 나서던 일은 가슴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난 6년여 동안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올바른 방향 수립과 연구진의 사명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달았다.
이것이 연구진의 열정을 낳고, 열정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사실도 말이다.
아틀라스는 앞으로 20년 이상 운전되면서 그동안 조언과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많은 분들의 기대처럼, 원전 안전 보장과 우리나라 원자력계의 기술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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