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언항 건양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장 |
국민은 어떤 후보가 진정성을 가지고 성실하게 공약을 만들었는지 심판한다.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인지, 후보들의 지금까지의 행적 등을 꼼꼼히 따져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판단 한다.
그런데 국민은 답답하다. 각 당의 대표주자를 뽑는 당내 경선도 전국을 돌면서 치렀지만 어떠한 정책대결이 있었는지 국민은 모른다. 상대후보를 흠집 내어 반사적 이익을 얻으려는 네거티브 전략만 있었기 때문이다.
각 당의 대표주자가 결정되었는데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일은 코앞에 다가 오고 있는데 후보들 간에 지루한 단일화 논의만 반복되고 있다. 당권장악이라든지 다가오는 총선에서 어떤 파벌이 헤게모니를 쥘 것인가의 손익계산만 있지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없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우리와 다른 것 같다. 당내 경선과정부터 중요한 국내외 문제에 대하여 각 후보간의 정책대결이 활발하다. 이라크 철군문제, 의료보험제도 개혁, 낙태 허용 여부, 양극화의 해소 등 굵직굵직한 문제에 대하여 후보 간 격렬한 토론을 벌인다. 따라서 국민은 각 후보들의 중요 현안문제에 대한 의견과 입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자기의 이상에 맞는 후보를 선택한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경제 · 민생분야, 사회 · 복지 분야, 교육 · 환경 등 5개 분야에 대한 정당들의 입장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국민이 절실하게 알고 싶어 하는 문제들에 대한 각 당의 처방은 보이지 않는다. 청년 실업, 빈곤, 조기 퇴직으로 인한 가계 불안 등은 국민생활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인데도 이에 대한 각 당의 의견은 정리된 것이 없는 것 같다. 이런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는 것을 말하여 준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과 그들을 대표로 내놓은 정당들은 이런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고 대통령 되는 것 자체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국민은 눈을 감고 물건을 고르는 것처럼 답답하다. 언론의 책임도 크다. 연일 후보 단일화, 김용철 변호사 문제, 후보들의 인기여론조사 결과 등만 게재되지 각 후보들이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지면을 할애하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결과 새로운 인물이 가져올 행복과 불행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국민각자가 “내가 최종 심판자”라는 각오를 가지고 투표에 임하여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금명간 각 당의 기본 정책과 선거공약을 제출 받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인기만 얻으려는 무책임하고 실현성 없는 공약(空約)을 남발하였는지 냉정하게 구별하여야한다. 막연히 감(感)에 의한 투표 시 그로 인한 화(禍)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현명한 선택으로 옥석(玉石)을 가려야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