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서는 눈을 반갑게 맞아본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에서 가물하기만 하다. 내리는 눈을 더 이상 어린이처럼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맞이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또 고속도로와 함께 생활하다보니 눈발이라도 날릴라 치면 먼저 달리는 차량 걱정이 앞서니 하얀 눈을 낭만 삼는 여유는 일찌감치 멀어질 수밖에.
눈 내리는 고속도로 풍경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 노면에 조금이라도 눈이 쌓여 미끄러울까 조바심 내면서 제설작업에 사람과 장비가 총동원 된다. 야간에라도 눈이 내리는 날이면 밤샘 작업으로 그야말로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것이 예사다. 그래도 동 터오는 아침 녘 온통 눈 덮인 산과 들판 가운데로 주욱 뻗은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들을 보면 마음도 뿌듯해온다.
우리나라도 겨울철에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기는 인구가 이미 6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겨울이 좋은 이들은 저마다 차 위에 스키 장비를 싣고 고속도로를 내달려 내로라하는 스키장을 찾는다. 주말이면 이런 곳 주변 도로의 차량 지.정체도 심하다. 더구나 새하얀 설원을 질주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가는 길은 더 갑갑하기만 하다.
이럴 때 항상 명심할 게 있다. 바로 조급증을 버리고 안전을 생각하는 것이다. 겨울 도로는 어떤 상황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햇볕 좋은 곳을 달리다 응달을 만나면 갑자기 얼어버린 도로 때문에 아찔했던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 했을 법하다. 그때마다 조심해야지 하다 이내 종전 습관대로 운전하기 일쑤다. ‘겨울`은 매사 ‘조심`이라는 말과 같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겨울철 모든 안전사고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눈이 있어 겨울은 좋다. 눈 때문에 고생하는 이도 있지만 이들의 노고에 고마워하며, 자연이 내려준 새하얀 선물을 맘껏 즐기는 것도 우리가 겨울을 나는 방식 의 하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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