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형 건양대 교수 |
즉, 시간적 제약도 없게 된 것이다. 과거 물리적 요소 중심의 경제활동에서는 조직경계가 뚜렷하였으나 정보요소가 중요해 지고 이들 정보가 쉽게 조직간 경계를 넘어 이동될 수 있는 디지털시대에서는 조직경계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한편 조직경계 내의 활동보다는 조직경계를 뛰어넘는 연계활동에서 보다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과거 대부분 기업의 경우 기획, 제조, 판매 등의 활동들이 한 기업조직 내에서 수행되었으며, 각 활동들은 다시 세부 조직단위별로 수행되어 경영활동의 조직간 경계가 명확하였다. 이후 등장한 외부위탁(outsourcing)방식은 일부 기능을 타 조직에 맡기는 것으로, 한 회사에서는 상품을 제조하기만 하고 판매활동은 이를 전문으로 하는 다른 회사가 수행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과거에는 다소 비효율적이더라도 한 조직 내에서 전체 과정을 수행하려고 하였으나, 이제는 경쟁력 있고 보다 잘할 수 있는 외부조직에 기꺼이 일부 과정이나 분야를 맡기는 방식으로 변한 것이다. 즉, 조직간 경계를 뛰어넘어 경영활동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조직간 경계의 불명확성은 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로 가상조직 또는 가상기업(virtual corporation)을 들 수 있다. 가상기업이란 물리적 공간이 아닌 사이버공간에서 여러 기업들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기능분야를 제공하여 가상조직을 형성하고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가상기업은 일정한 경영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쉽게 해체하고 또 다른 목적을 위해 다른 기업들과 다시 가상기업을 형성하기도 한다. 기업조직의 틀 안에서 경영활동이 이루어지는 전통적 조직경계의 개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조직간 경계가 뚜렷하고 모든 활동들이 조직단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것이 이제는 조직간 경계가 불명확해지면서 활동목적을 중심으로 경영활동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책상과 사무실을 의미하는 ‘뷰로`와 통치를 의미하는 ‘크라시아`의 합성어인 뷰로크라시(bureaucracy)에서 방향이나 목적을 의미하는 ‘애드`와 ‘크라시아`가 결합된 애드호크라시(adhocracy)로 조직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경영자는 물론 전 구성원들이 개방적 사고(open mind)를 지녀야 한다.
우리 부서, 우리 기업, 우리 국가라는 폐쇄적 개념에서 벗어나 목적 중심으로 형성되는 부서, 기업, 국가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예로 부서단위의 태스크포스조직, 기업단위의 가상기업, 국가단위의 국가연합(예를 들어, 유럽연합) 등을 들 수 있겠다. 한국, 대만, 일본이 3각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LCD 사례를 보면 특허 분쟁을 정리하고 특허상호실시허락(cross license)을 통해 서로 협력하면서 3국이 공동 작품을 만들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윈윈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시스템이론에 따르면 각 부분별로 최적화가 이루어지고 이를 합하면 당연히 전체 최적화가 보장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조직경계 내에서의 최적화 활동이 경계를 넘어 한 차원 높은 관점에서 볼 때는 최적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최적화를 위해서는 경계를 허물고 각 부분들 간에 조정과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여당과 야당이라는 정당조직의 경계,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의 경계,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의 경계, 늙은이와 젊은이라는 세대의 경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라는 빈부의 경계 등 모든 경계를 넘어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정과 통합이 필요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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