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위원 |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인 BBK 수사 결과를 회심의 카운터 펀치에 비유해 보았다. 어느 쪽이든 상대의 공격을 피하며 맞받아치는 통렬한 최후의 일격은 되지 못했다는 정서가 더 우세한 듯하다. 헛방놓았다는 쪽과 판정이 잘못됐다는 쪽이 대립하며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찰 발표에도 불구, BBK는 끝까지 물고늘어질 고깃덩이와 같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 입장에서는 매운 매 다 맞았다며 안심하기에 이르다. 잔 매에 장사 없다고 했다. 대응하는 영어로 ‘펀치 드렁크`가 있는데, 주먹에 취한다, 연타를 맞고 휘청댄다는 뜻. 잔 매의 무서운 위력은 결정타를 두 번이나 맞고 처절하게 무너져본―그걸 잘 알기에 치명적인 잽을 무릅쓰고 출마했는지 모를―이회창 후보가 누구보다 반면교사다.
BBK 문제가 특검으로 가든 안 가든 남발되는 잽과 매운 카운터 펀치는 계속될 것이다. 싸움의 정석을 말하면 매순간 날아드는 주먹을 끝까지 막아내고 상대의 체력을 갉아먹으며 카운터 블로를 날리는 후보가 살아남는다. ‘헛방`이라며 대역공을 펼칠 태세인 한나라당이 잊지 말 것은, 동물도 허물을 벗을 때가 고기 맛이 가장 좋아 포식자들의 공세가 치열하다는 사실이다.
꼭 큰 것만이 카운터는 아닐 것이다. 번쩍 하는 어느 틈에 찔러 넣었다가 용케 적중할 수도 있고 회심의 카운터를 때리려다가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다. 선거나 복싱이나 싸우면서 일일이 카운터에 신경 쓰진 않겠지만, 최종 판정은 살지(찍을지) 말지를 놓고 바이(Buy)와 바이바이(Bye-bye) 사이에서 고민하는 유권자가 내릴 것이다. 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이것이 마지막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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