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BBK, ‘한 방’과 ‘헛방’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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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BBK, ‘한 방’과 ‘헛방’ 사이

최충식 논설위원

  • 승인 2007-12-05 00:00
  • 신문게재 2007-12-06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100의 힘으로 들어오는 상대를 50의 힘으로 잘 받아치면 150의 충격을 가할 수 있다. 또 날아오는 주먹의 파괴력을 현저히 줄이는 요령 둘. 상대가 팔을 완전히 뻗기 전에 파고들어라. 몸을 뒤로 빼거나 좌우로 돌려라. 최선은 안 맞는 것!

▲ 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알고 지내는 복서에게 예기치 않은 순간들에 대해 물었다. 대답은 요컨대 사각의 링 위에도 실력과 운이 작용하는데, 어느 결에 상대 선수가 벌렁 나가떨어져 있는가 하면 카운터 펀치를 노리던 자신이 불의의 카운터를 얻어맞고 언제라도 비칠거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KO를 당해 바닥에 나뒹굴며 “어? 내가 언제 쓰러졌지?” 하며 자책하는 허망한 순간도 있다고 한다.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인 BBK 수사 결과를 회심의 카운터 펀치에 비유해 보았다. 어느 쪽이든 상대의 공격을 피하며 맞받아치는 통렬한 최후의 일격은 되지 못했다는 정서가 더 우세한 듯하다. 헛방놓았다는 쪽과 판정이 잘못됐다는 쪽이 대립하며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찰 발표에도 불구, BBK는 끝까지 물고늘어질 고깃덩이와 같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 입장에서는 매운 매 다 맞았다며 안심하기에 이르다. 잔 매에 장사 없다고 했다. 대응하는 영어로 ‘펀치 드렁크`가 있는데, 주먹에 취한다, 연타를 맞고 휘청댄다는 뜻. 잔 매의 무서운 위력은 결정타를 두 번이나 맞고 처절하게 무너져본―그걸 잘 알기에 치명적인 잽을 무릅쓰고 출마했는지 모를―이회창 후보가 누구보다 반면교사다.

선거에서 네거티브에 강한 후보가 살아남는 것은 속일 수 없는 측면이다. 카운터는 종종 KO펀치로 이어지는 반면에 그렇게 당할 위험도도 높인다. 독충 우글거리는 정글이 충만한 식탐의 공간인 것을 어이 하랴.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는 논리가 대선에선 특히 잘 통한다. 숫자, 그래프, 다이어그램, 논리로만 안 되는 그 어떤 것이 있다.

BBK 문제가 특검으로 가든 안 가든 남발되는 잽과 매운 카운터 펀치는 계속될 것이다. 싸움의 정석을 말하면 매순간 날아드는 주먹을 끝까지 막아내고 상대의 체력을 갉아먹으며 카운터 블로를 날리는 후보가 살아남는다. ‘헛방`이라며 대역공을 펼칠 태세인 한나라당이 잊지 말 것은, 동물도 허물을 벗을 때가 고기 맛이 가장 좋아 포식자들의 공세가 치열하다는 사실이다.

꼭 큰 것만이 카운터는 아닐 것이다. 번쩍 하는 어느 틈에 찔러 넣었다가 용케 적중할 수도 있고 회심의 카운터를 때리려다가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다. 선거나 복싱이나 싸우면서 일일이 카운터에 신경 쓰진 않겠지만, 최종 판정은 살지(찍을지) 말지를 놓고 바이(Buy)와 바이바이(Bye-bye) 사이에서 고민하는 유권자가 내릴 것이다. 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이것이 마지막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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