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변두리에서 한 젊은 남자와 두 젊은 여인이 공동생활을 한다. 서로 거주비를 아끼기 위해 한 집에서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의 신분을 위장한 채 시작된 공동생활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적응하게 되고 미묘한 삼각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식품 연구소 연구원으로 거짓 행세하는 식당 종업원 오대문(민병욱, 이시영 분)이 유흥업 종사자인 가짜 대학생 진자(김민희 분)를 좋아하면서 한 편으로는 전산과 출신 직장인 행세를 하는 슈퍼마켓 계산원 복희(김민 분)의 외로움을 달래주려 몰래 연애편지를 베껴 써서 보낸다. 묘한 삼각관계는 대문이 종업원 처우 개선 투쟁의 선봉에 서다 쫓겨나고 진자가 일하는 룸쌀롱에 가서 정의(?)의 투쟁을 벌임으로써 깨지고 만다.
서로의 신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 것이다. 결국 이들은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헤어지지만, 여전히 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헤어진다. 그들의 소박한 꿈이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실현되었음을 에필로그가 보여준다.
극단 새벽이 언어와 노래, 동작을 융합하려는 일련의 시도 중의 하나인 이번 공연은, 원래 대사극이었던 작품을 뮤지컬로 바꾸고 남녀 사랑 이야기에 사회 풍자의 컬러를 입힌 것으로 뮤지컬 애호인들에게 호응을 얻어 롱 런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은 공연이었다. 그러나 그렇기 위해서는 출연진들의 가창력을 더 높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시영의 가창력은 약간 어설픈 자신의 연기와 상대 연기자들의 아직 충분치 않은 그것을 어느 정도 메워주었고, 민병욱의 안정된 연기와 노래 실력은 공연을 이끌어가는 추동력이었다. 그러나 그의 가창력도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재미있는 작은 뮤지컬이 극단의 고정 레퍼투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연극‘칼맨`(김태수 작, 진규태 연출, 극단 드림과 극단 마당 공동제작, 11월 23일-12월 16일, 소극장 드림 아트 홀)은 또 다른 연극 재미를 주는 공연이었다. 이 작품은 대도시변두리에서 정육점을 하는 옛 칼잡이 우두칠(김정훈 분)의 삶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애환을 드러내고 있다.
강간 살해의 희생물이 된 가수 지망 여동생의 죽음을 복수하려는 마병태(정준영 분), 돈 떼먹고 도망간 친구를 찾아 복수하려는 춘삼(최창우 분), 뮤지컬 여가수를 꿈꾸는 단역 배우 도미, 두칠의 칼잡이 생활의 희생물이 도미(김소연) 그의 자폐증 딸 영애(이새로미) 등이 두칠의 동거인이다.
죽음과 용서, 희망이 서로 어우러진 채 마무리 되는 이 연극은 세련된 대사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상당한 관록이 있는 김정훈과 최창우의 땀 흘린 연기는 연극의 무게를 높여 주었다. 그러나 대사의 힘과 섬세함, 속도를 더 조절하여 연극의 묘미를 더 살려낼 필요가 있다.
부족한 부분이 극장 조건 탓인지 아니면 성격 설정에 기인한 건지 아니면 발성법이 이유인지 분명치 않다. 연출이 고려해 볼 대목이다 . 극중 가창 부분은 극의 양념인 셈인데, 가창력을 보완하여 그 효과를 충분히 살렸으면 한다.
출연 신인 배우들의 열정을 느끼지만, 보완할 대목이 꽤 있다. 그들의 연기력 배가 노력을 기대해 본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 양극화의 분위기에서 약자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품은 언어의 하모니가 아직 남은 공연 기간 동안 더욱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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