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덕 대전극동방송 지사장 |
비록 내손으로 땀 흘려서 농사를 짓지 않았어도, 농촌 길가에 길게 벼를 말리려 깔아놓은 모습에서 그저 풍요롭기를 바라는 흐믓한 농심으로 잠시 돌아가 보기도 한다. 아낙네들의 깨를 터는 모습, 콩과 잡곡을 수확하며 부지런히 키질 하는 모습도 넉넉한 그림으로 다가온다.
여름내 수고한 땀방울의 댓가가 조금만 더 행복한 그릇에 담겨서 그들에게 돌아가기를 소망해본다. 가슴 따뜻한 미소를 선물하고 싶기도 하다.
요즘 어느 도시나 지방을 다녀 봐도 우리의 눈에 띄는 익숙한 장면들이 있다.
어느 해 세밑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런 저런 공사들로 도로는 온통 어수선하게 파헤쳐서 공사중이다.
벌써 또 한해가 마무리 되는가보다. 계획에 맞춰서 예산을 잘 집행하려고 서둘러 보도블록을 새로 깔고 주변을 아름답게 단장을 하는지도 모른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비난하면서 손가락질 하던 시민들의 눈총이 따가운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내 고장을 단장하는 것처럼 우리네 정치도, 행정도, 대학에도, 학원가에도, 종교계에도, 법정에도, 가정에서도, 농촌에도 이같이 묵은 땅을 제대로 기경하는 심정으로 깊이 갈아엎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분명히 새해에는 또 다른 생각, 꿈, 계획을 펼쳐나가기 위해 반목과 꽉 막혔던 체증을 시원하게 털어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부드러운 땅에 희망의 씨앗을 파종해야 하니까 말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지도자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작은 농심 하나에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아주는 사람, 일용근로자들이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애타는 심정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 아직도 사회의 어두운 자리에서 세상의 빛이 그들의 창문을 열어주길 학수고대하는 소외된 민심도 알아차리는 그런 지도자이길 바란다.
대선을 위해 일시적으로 화려한 감동각본을 만들어 민심을 잡으려하기보다, 진정한 국민의 소리를 마음으로 느끼고 들을 줄 아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너 보다 내가 낫다.` ‘나 밖에 없다.` 식의 비난의 말보다 마음과 마음으로 화목을 이끌어내는 대한민국의 국부를 찾고 싶은 심정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다윗왕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계속되는 전쟁중에 큰 승리를 거둔 후에 피곤하여 지쳐있을 때, “다윗이 사모하여 가로되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물을 누가 나로 마시게 할고 하매...”
그를 지지하고 따르던 세 용사가 과감히 적진을 뚫고 들어가서 성문 곁 우물물을 길어가지고 와서 왕께 드렸다. 그러나 다윗왕은 마시기를 기뻐하지 않고 하나님께 부어드렸다. 왜냐하면 그것은 저들이 생명을 돌아보지 않고 갔던 용사들의 피와 같은 것이니 결단코 마시지 않겠다는 대목이 나온다.
지도자를 신뢰하고 생명을 바쳐서 따르는 용사와, 그 용사들의 충성을 가슴으로 헤아려주는 감동적인 모습을 그리며 이 나라에 그런 지도자를 찾고 싶다.
우리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선생님도, 청소년도, 이 나라도, 약점이 많은 사람들이며 아직은 ‘공사중`이다. “통행에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라고 표지판을 내걸어도 우리는 그 공사를 쉬지 않고 진행해 가야한다.
멋진 나라, 멋진 건물, 멋진 한민족의 꿈이 완성되는 그 날까지 정직한 마음을 모아 국민 모두가 함께 전진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머리와 눈과 귀와 가슴은 여전히 살아 숨을 쉬고 있다.
대선 홍보물이나 영상물에 비친 것만이 모범답안이 아닐 수 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대선주자들의 또 다른 긍적적인 면을 찾아 낼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를 찾는 대선의 날까지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공사 후에 완성된 건물을 꿈꾸면서 내 손으로 소중한 주권을 행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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