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웅 대전지방보훈청장 |
우리속담에 콩알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말이 있다. 콩이 열개 생겨야 나누는 게 아니라 한 개 있을 때부터 나눠 먹어 버릇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나눔은 습관이고 생활이 된다. 한 개 있을 때부터 나누다 보면 두 개 있을 때 더 많이 나누고, 열 개 있을 때는 더 많이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테레사 효과`라는 말이 있다. 헌신적인 봉사와 사랑, 섬김의 생애를 살았던 테레사 수녀를 연상하는 효과이다. 어쩐지 그 옆에 가기만 해도,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멀리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착해지는 효과를 일컫는 말이다.
나눔을 잘 실천하는 사람으로 우리는 가수 김장훈씨를 꼽을 수 있다. 본인은 아직도 월세를 살면서 가수생활하며 벌어들인 공연수익금 약30여억원 이상을 어려운 이웃 등에게 나누는 선행을 베풀었다. 보통사람으로는 하지 못하는 일을 그가 하고 있다.
요즘 신문을 들여다보면 추운날씨와 연말을 앞두고 쪽방촌 또는 달동네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난방용 연탄을 양손에 힘겹게 들고 나르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노란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김장김치를 담그고 연탄을 나르는 훈훈한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연말이 가까워 올수록 흥청망청하는 일부 사람들의 그릇된 송년문화를 고발하는 기사가 사회면을 장식하곤 한다.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어느덧 2007년도의 달력도 다 뜯겨지고 겨우 한 장이 남았다. 다사다난했던 정해년을 알차게 보내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년 중 가장 바쁜 12월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관심 받지 못하는 일부 소외계층에게는 더욱더 외롭고 추운 12월을 보내는 시기가 된다.
올 연말은 더더욱 그런 현상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권은 물론 많은 기업들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나눔의 행사를 할 겨를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IMF를 겪어온 우리, 모든 사회지표면에서 IMF를 졸업했다고 하고 말로는 국민소득 2만불의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나 한편에선 그 때보다도 더 힘들고 어렵다고 한다. 생계형 범죄도 급증하고 있고 심지어는 불우이웃돕기 성금함까지 가져간다고 한다.
이런 때 많지는 않지만 자기가 가진 것을 어려운 이웃에게 베푸는 실천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값지고 받는 사람의 기쁨도 두 배가 될 것이다.
우리주변에는 여전히 궁핍한 살림에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많이 있다. 소년.소녀가장, 노숙자, 독거노인, 복지시설 수용자 등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들이다.
특히 들뜨기 쉬운 연말연시를 맞이하면 춥고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그 분들의 소외감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작은 정성과 사랑이 그 분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삶의 의욕과 희망을 갖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의 선조들은 나눔과 배품을 평소 몸에 배인 습관처럼 행동하였다. 가난은 나라님도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가난을 선조들은 나눔의 미학으로 훌륭히 극복하고 살아왔다. 한 예로 이웃집 굴뚝에서 연기가 며칠째 뚝 끊어지면 그 집의 어려움을 알고 방문 앞에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를 식량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옛 선인들의 더불어 함께하는 삶의 지혜가 묻어나고 있는 대목이다.
나눔은 남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나눔의 근본은 바로 나를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나눔으로 훈훈한 연말연시를 가져봄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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