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명 시청팀 부장 |
그런 점에서 우리 주변에는 돌발적인 상황이 늘 잠복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존 갈브레이드는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저서를 통해 일찌기 그 같은 현대사회의 불확실성을 설파했다. 그는 당시 석유 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존 경제학이나 정치학 이론으로는 설명이나 예측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피력했다.
17대 대선 역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선거일까지 채 20일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줄곧 여론조사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후보가 있긴 하지만 돌발 변수는 도사리고 있다. BBK 사건이 언제, 얼마만큼 폭발력으로 선거 판도를 뒤흔들어 놓을지 모르며, 지난 대선 당시와 마찬가지로 막판 극적인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예측 가능성으로 수렴되는 게 아니라 여전히 안개 속이다. 그런 점에서 근래들어 우리의 대통령 선거는 국민들에게 예측을 허용하지 않는 한국만의 독특한 드라마틱한 요소를 선사(?)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역대 최대인 12명의 후보가 난립한 이번 대선은 정책은 없고 네거티브만 판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알맹이는 없고 `좋은 대통령`, `착한 대통령`, `실천하는 대통령`, `머슴 대통령` 등 이미지 치장에만 몰두하는 듯한 인상이다.
대통령으로서 지녀야 할 당연한 덕목이 아니라 대통령 직능의 파편화, 해체화가 이뤄지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런 이미지 치장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교 대상으로 설정한 차별화 전략일 터이다. 하지만 구호만을 보면 앞으로 5년 대한민국의 진운을 결정할 대통령을 뽑는 것인지 아니면 초등학교 역할극 배역을 선정하는 컨테스트인지 의아심을 갖게 한다.
이제 17대 대통령 선거일까지는 불과 20일도 남지 않았다. 대선후보들은 하루 하루가 금쪽 같고, 애가 타는 날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유권자들에게도 `중대한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정치권의 지적대로 잃어버린 5년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선택하고 5년 세월을 한탄과 참담함으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도, 꼼꼼히 비교하고 후보별로 당선됐을 경우 한국의 모습을 그려 보는 것은 소중한 선택에 다가서는 일이다.
도덕성, 국제적 감각, 국민과의 소통 정도, 국민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지, 불확실한 시대, 불확실한 세계 흐름 속에 높은 통찰력과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는지 체크 리스트라도 작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후보들의 치장된 면면을 벗겨 진면목이 무엇인지 뜯어 보자면 남은 기간은 그리 많은 시간이 아니다.
갈브레이드는 "불확실한 시대이기는 하지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많은 요인들이 빚어내는 결과들을 직시하고 정면으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은 이전투구식 선거 양상 등의 영향으로 낮은 투표율에 낮은 득표율로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만일 그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또다시 기대에 어긋났을 경우 "나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대한민국에서 사는 한 5년의 세월로 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초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앞 날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 대한민국의 확실한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위해 12월19일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놓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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