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맨살에 닿는 속옷인 속속곳을 입었고 이것이 없어지면서 다리속곳을 입었다. 기생 패션처럼 몸의 윤곽을 살려주는 파운데이션 구실을 하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감추느냐가 포인트였다.
그 위에 가랑이 밑이 터지고 허리끈이 달린 고쟁이를 껴입었다. 요즘 란제리 모델이 주인공인 ‘빤끈녀`(‘빤스`에 끈을 달고 다니는 여자)를 연상시키는 패션이지만 좀 다르다. 여기에 다시 통 넓은 바지 모양의 단속곳을 입고서 치마를 입을 수 있었다. 그 시절이야 남자에게 맨발을 보이면 정조라도 잃은 양 대단한 수치로 알았다.
뒷간에서 일을 본다 해도 옷을 시원스레 벗지 않는 게 상례였다. 이렇게 어떻게 큰 볼일, 작은 볼일이 가능하냐에 대한 설명을 덧달자면 ① 단속곳의 한쪽 가랑이를 걷어올리고 ② 고쟁이 밑을 벌려 ③ 속속곳 가랑이를 걷어올린 다음 ④ 일을 보면 그만이었다.
또 윗도리로는 오뉴월에도 작은 속적삼을 받쳐 입고 나서 겉저고리를 입었다. 그래도 유행은 있어, 저고리 길이가 짧아지면 겨드랑이 밑이 드러나는 걸 방지하려고 가슴에 허리띠를 둘렀다. 기생들의 영향으로 여염집에서 도련을 판 저고리가 유행했을 때도 속옷만은 꼭꼭 챙겨 입었다.
이제는 속옷도 패션을 넘어 패션 과잉 시대다. 노출이 미덕이었다 악덕이었다 하면서 은밀한 곳에 갇혀 있을 속옷이 겉옷화하고 있다. 칠월 더부살이가 주인 마누라 속곳 걱정하는 꼴이겠지만, 패션녀 패리스 힐튼과 린제이 로한의 팬티스타킹에 가까운 레깅스룩은 어딘지 볼썽사납다. 신체자본(외모)을 중시하는 그루밍족이 늘면서 남자 팬티에 꽃무늬는 예사이고 밖으로 훤히 드러나게 입는 등, 아무튼 패션의 역사는 새로 쓰여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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