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이같이 분석하면 일본의 세시풍속이나 민속과 무관한 것이 없다. 우리가 흑싸리로 아는 4월은 등나무다. 이 무렵 등나무꽃 축제가 벌어진다. 두견새(호토토기스)는 일본에서 사랑받는 새. 5월을 난초로 잘못 아는데 실은 붓꽃이다. 성냥개비 모양은 야츠하시(八橋)라 해서 붓꽃 관상용 널빤지 다리다. 6월의 모란도 고아한 이미지로 인해 가문 문양에 널리 쓰인다.
싸리와 함께 7월에는 힘센 멧돼지가 등장한다. 근세에 성행하던 멧돼지 사냥철이 이때다. 종족 보존을 위해 수놈만 잡았다. 8월에는 보름달, 억새밭, 기러기 세 마리가 등장하는데 공산의 달은 달구경 절기인 오츠키미를 상징한다. 국화가 나오는 9월에 목숨 수(壽) 자가 새겨진 것은 술잔이다. 국화주를 마시면 무병장수한다는 전통의 믿음을 암시한다.
대충 살펴본 대로 화투에는 일본의 풍습이 철저하게 담겼다. 한국인들은 사람 셋만 모이면 화투판인데 막상 일본에서는 화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우리가 일제 잔재라며 산 이름 바꾸고 쇠말뚝 뽑으면서 민화투, 육백, 삼봉, 섰다, 짓고땡, 고스톱 등으로 진화를 거듭한 이 ‘국민오락`을 청산하자는 목소리는 들릴락말락하다. 경로당에 가면 화투 봉사를 해야 하고, 대학 캠퍼스건 국회의사당이건 장소를 불문한다. 상가(喪家)에 갔더니 생사를 뛰어넘어 화투가 오브제가 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분석 한 가지 더. SK의 일본인 타격코치는 한국 선수들이 스윙 궤적이 큰 것에 대해 화투 칠 때 손을 쳐들었다 치는 우리 국민성과 비교했다. 일본인들은 쥔 패를 슬며시 내려놓는다는 것이다. 어라… 이건 또 웬일? 일본 문화기호인 화투가 필자 사진에서 보다시피 우리 아이들 양말짝에 따라붙어 다니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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