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화투의 한 연구’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밖]‘화투의 한 연구’

  • 승인 2007-11-28 00:00
  • 신문게재 2007-11-29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화투패에 자신의 처지를 비유한 영화 주인공. 정치를 재개하면서, 가장 끗수 높은 사람이 판돈을 가져가는 변화무쌍한 ‘섰다`판과 정치판을 비유한 염홍철 전 대전시장. 화투의 죄는 맛을 아는, 혹은 모르는 모든 분들을 위한 가십.


기왕에 상비해 둔 화투가 있다면 꺼내보면서 읽으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먼저 1월의 소나무.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아니다. 일본 설날에 집 앞에 이걸 꽂아두고 복을 맞는 풍습을 가리킨다. 2월이면 매화 축제가 열리며 꾀꼬리는 일본인에게 친숙한 텃새다. 3월은 벚꽃, 광(光)에 벚나무에 둘러쳐진 만막(慢幕)이 나온다. 행사 때 둘러앉아 술을 마실 수 있는 천막이다.

그림을 이같이 분석하면 일본의 세시풍속이나 민속과 무관한 것이 없다. 우리가 흑싸리로 아는 4월은 등나무다. 이 무렵 등나무꽃 축제가 벌어진다. 두견새(호토토기스)는 일본에서 사랑받는 새. 5월을 난초로 잘못 아는데 실은 붓꽃이다. 성냥개비 모양은 야츠하시(八橋)라 해서 붓꽃 관상용 널빤지 다리다. 6월의 모란도 고아한 이미지로 인해 가문 문양에 널리 쓰인다.

싸리와 함께 7월에는 힘센 멧돼지가 등장한다. 근세에 성행하던 멧돼지 사냥철이 이때다. 종족 보존을 위해 수놈만 잡았다. 8월에는 보름달, 억새밭, 기러기 세 마리가 등장하는데 공산의 달은 달구경 절기인 오츠키미를 상징한다. 국화가 나오는 9월에 목숨 수(壽) 자가 새겨진 것은 술잔이다. 국화주를 마시면 무병장수한다는 전통의 믿음을 암시한다.

일본에서 10월은 단풍놀이와 사슴 사냥의 계절이다. 11월과 12월은 한국과 일본이 뒤바뀌었다. 오동(똥)의 닭대가리처럼 생긴 그림은 봉황으로 지도자의 고매한 품격과 지위를 상징한다. 오동은 광도 있지만 피(皮)도 석 장이다. 12월의 우산 쓴 이는 오노 도후라는 헤이안 시대의 실존 서예가이며 등장하는 새는 제비다. 화투패로는 썩 달갑지 않지만 기가 막힌 절차탁마의 교훈이 서려 있다.

대충 살펴본 대로 화투에는 일본의 풍습이 철저하게 담겼다. 한국인들은 사람 셋만 모이면 화투판인데 막상 일본에서는 화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우리가 일제 잔재라며 산 이름 바꾸고 쇠말뚝 뽑으면서 민화투, 육백, 삼봉, 섰다, 짓고땡, 고스톱 등으로 진화를 거듭한 이 ‘국민오락`을 청산하자는 목소리는 들릴락말락하다. 경로당에 가면 화투 봉사를 해야 하고, 대학 캠퍼스건 국회의사당이건 장소를 불문한다. 상가(喪家)에 갔더니 생사를 뛰어넘어 화투가 오브제가 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분석 한 가지 더. SK의 일본인 타격코치는 한국 선수들이 스윙 궤적이 큰 것에 대해 화투 칠 때 손을 쳐들었다 치는 우리 국민성과 비교했다. 일본인들은 쥔 패를 슬며시 내려놓는다는 것이다. 어라… 이건 또 웬일? 일본 문화기호인 화투가 필자 사진에서 보다시피 우리 아이들 양말짝에 따라붙어 다니고 있으니!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