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중 지방팀장(부국장) |
2008학년도 대입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등급제로 바뀌면서 혼란을 빚고 있다. 새로 도입된 등급제는 학생들의 수능성적을 예년처럼 원점수와 표준점수, 백분위 등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오로지 등급만을 표시하는 제도다. 단지 1~2점 차이로 등급이 매겨지는 서열화의 폐단을 막고 공교육의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 제도는 서열화의 폐단을 막는다는 ‘이상`은 바람직해 보인다.
문제는 등급제 역시 1~2점차이로 등급이 갈라져 대학 색깔이 바뀌는 대 혼란속의 폐단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즉 한 영역의 경우 1등급 컷이 91점이라면 100점과 91점은 9점차이가 나는데도 1등급이 되고 91점과 90점은 불과 1점차이인데 2등급이 되는 모순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수능과 내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감안 한다면 문제의 등급차이가 지원가능대학의 범위는 크게 달라진다.
또한 총점이 아무리 높아도 등급 커트라인에 걸려 낮은 등급을 받게 되면 오히려 더 불리해지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때문에 수험생들은 이번 대입시에서 이른바 ‘로또 식` 수능등급을 가지고 대입시를 치러야 한다. 수험생들은 자신의 등급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사설학원들의 예상등급에만 매달리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학원가에 몰리는 이유가 있다. 대학들은 정시모집의 경우 내신 반영률을 겉으로는 17~25%선까지 높인다고 발표했지만 실질 반영률을 낮게 책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논술비중을 높이고 있다. 왜냐하면 내신도 무력화 되고 수능 등급 간 격차도 나지 않으면 결국 논술점수에서 당락이 갈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혼란 속에 유명한 논술학원들만 어마어마한 돈을 챙기고 있다. 수시나 정시논술을 노리고 한 달에 200만원이 넘는 수강비를 꿀꺽하고 모의지원 및 상담을 명목으로 몇 십 만원씩 받는 등 혈안이다. 학부모들은 달리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자녀를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
일선고교에서도 혼선의 연속이다. 입시상담교사들은 어떻게 진학지도를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고 있다. 지난해의 입시자료는 모두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포기하고 논술에 올인 하는 사태까지 나온다. 2009학년도 입시를 치르는 고2교실도 술렁대고 있다.
왜냐하면 입학기준 1년6개월 전에 대입전형을 결정하도록 돼 있는 법령에 따라 지난해 8월 교육부는 올해와 똑같은 내용의 2009학년도 대학입학 전형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도 수능에서는 재수생이 많이 몰릴 것이란 예상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어 고2학생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그렇지만 수능·내신·논술 중 어느 하나만 특별히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한다. 어쩌면 다음달 12일이 지나서 한 수험생이 유명을 달리 했다는 비보를 들을 지도 모를 일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정부의 입시정책에 대한 실망으로 정말 이민을 가고 싶을 정도로 혼돈을 겪고 있다.
수능등급제는 바꿔야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불합리한 입시지옥에서 살려내야 한다. 교육부는 총체적인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제도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바꿀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은 적어도 이 같은 혼란스런 교육제도를 갖고 가지 않는 대통령을 선출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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