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백근 대전CBS 본부장 |
이런 가운데서도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애매한 태도로 침묵을 지켜온 사람이 있다.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줄곧 침묵과 잠행정치로 일관해 왔다.이회창 후보의 기습출마에 대해서도 ‘정도가 아니다.
한나라당 후보는 이명박 후보인 것은 변함없다`라는 지극히 원칙적인 말 한마디뿐이었다. 여전히 ‘비판적 지지`라는 피켓 뒤에 돌아앉은 모습을 유지했다.‘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라는 일본속담을 떠올릴 정도로 당은 바쁜데‘나는 경선 패자`라며 여전히 뒷짐만 진 채 전혀 힘을 보태지 않고 있다.
30일부터 이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설 뜻을 비친 박 전대표의 그간의 침묵에 해석이 분분하다.
뭔가 중대결심을 가다듬었다는 분석에서부터 선거 때까지 이 후보와의 날카로운 신경전으로 대립각을 계속 세워갈 것이라는 시각 등 다양하다.
문제는 전례가 드물어 멋져보였던 경선패배 승복이 박 전대표의 침묵으로 인해 빛이 바랜지 오래고 그 진정성까지 의심케 했다는 점이다. 박 전대표가 이처럼 소극적인 태도로 끝까지 갔을 경우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돌아올 부메랑을 예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본인말대로 “경선에서 진 사람으로서 조용히 있는 게 돕는 것”이라는 말에 수긍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비록 인기가 오르지는 않지만 경선이후 똘똘 뭉치는 모습을 연출한 대통합민주신당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이 같은 ‘몽니`에 가까울 정도의 박 전대표의 수수방관은 물론 이 후보가 자초한 측면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한나라당 경선이후 이 후보가 극적으로 승리한 뒤 우려 섞인 예상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이른바 ‘이재오 파문`등 승자로서 경계해야할 교만한 태도를 내비쳤고 이에 따른 이 후보의 포용력 실종이 박 전대표의 침묵과 방관을 불러들였다는데 이의를 달기는 힘들다. 이로 인해 뒤늦은 삼고초려에도 고개를 돌리고 저만치 멀어져버린 박 전대표의 마음을 되돌리기가 여간 어려운 상황이 돼버리고 말았다.
지금은 이 후보가 손을 내밀기조차 뻘쭘한 지경이 돼버렸다. 이 후보와 박 전 대표 간에 벌어질 대로 벌어진 대립각이 쉽사리 해소될지는 난망해 보인다.박 전대표의 결단이 절실해 보인다. 한껏 이 후보의 애를 닳게 만든 박 전대표도 언제 침묵을 지켰냐는 듯이 적극적인 정치행보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정치는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적기를 놓쳐서 낭패를 보는 일이 허다한 게 정치다.이제 어색한 침묵의 정치에서 벗어나 당인으로서 한나라당 대선지원에 힘을 합치는 대의를 보여야 한다. 지원유세에 나서더라도 마지못해 하는 애매한 태도의 연장선이어서는 안된다.
본인으로서도 힘들었을 오랜 침묵을 통해 자신의 정치철학인 `원칙과 상식`은 충분히 보여준 것 같다.
박 전 대표는 이제 제몫을 쟁취하는 적극적이고 솔직한 정치를 해야 할 때이다. 아예 돕지 않겠다고 선을 긋지 않을 바에야 확실히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이 후보와 침묵을 통한 기 싸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져올 것은 가져오는 행보를 해야 한다. 한나라당으로서 십년 실권의 한을 풀 수 있는 이번 대선은 이후 있을 내년 봄 총선까지 내다봐야 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다.
박 전 대표로서는 이제 경선승복의 멋진 모습을 한껏 승화시키는 `큰 정치`를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5년 뒤의 영광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박 전 대표에게 더 이상 침묵은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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