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숙 충남예고 교사 |
내 주변의 학생들을 본 것으로 일반적 현상이라 말하긴 조금 억지스런 부분이 있지만, 인문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수능시험에 목을 매다시피 한다. 학부모들 역시 모든 것의 중심에 수능을 배치한다. 심지어는 실기를 전공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조차도 일단은 수능이 우선순위이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다보니 생겨선 안 될 일들도 종종 발생한다.
영어 실력을 일찍부터 키워주겠다는 부모들 욕심에 의한 조기 해외 유학과 어학연수, 또, 학교의 수업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아이들의 방과 후를 가득 채우는 ‘족집게` 학원과 고액 과외, 이것으로도 “또!” 남보다 앞서기 어렵다는 생각에 ‘자녀의 적성이나 특기에 관계없이` 진학시키려는 특수목적고등학교. 이런 과열 현상이 드디어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김포의 외국어고등학교 문제유출 사건을 만들어 냈다.
이런 비도덕적이고 부적절한 일은 더 이상 생겨선 안 될 일이지만, 어쨌든 학생과 학부모의 모든 신경이 대입을 향해 있고 대학 진학의 측정이 수능 점수에 의한 만큼 한편으로는 지도가 수월한 부분도 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이나 일과 중에 “선생님, 내일이 체육대회인데 이 시간에 연습 좀 하면 안 될까요?”하면, “그래, 참 좋은 생각인데, 수능 시험지는 너희들 체육대회를 반영하지 않는단다.
수업시간에는 그냥 공부를 하면 어때?” 라고 하면 풀이 죽은 목소리로 “예…”하고는 책을 펴 든다. 또, “오늘은 시험 봤는데 야간자습 안하면 안 될까요?”라고 칭얼댈 때 “그래, 너희들 힘들게 시험본 거 생각하면 나도 그냥 가라고 하고 싶은데, 원래 시험을 끝낸 직후가 공부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이란다, 자기가 무얼 모르는 지를 가장 잘 알 때거든.” 하면 포기 반, 한숨 반의 표정으로 급식실을 향한다.
교육학이론에 따르면 ‘평가`는 ‘학습결과를 진단 · 확인하고 그에 관한 치료와 처방을 제공해 주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에서의 수학을 위한 적응 능력`을 측정하는 일종의 적성검사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수능시험은 대학수학 능력 여부를 측정하기보다 얼마나 ‘순응`을 잘 하는지 측정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순응`과 ‘적응`은 분명 다른 것인데….
인간관계로 이루어진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제도와 규칙이긴 하나, 이왕이면 학습자들의 지적 능력은 물론 창의력과 적응력을 키워줄 수 있는 제도나 규칙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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