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늦은 가을에 듣는 새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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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늦은 가을에 듣는 새타령

사실 이 글에서 묘사한 새소리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더 많은 새소리를 찾아 탐조여행이라도 떠나 보자. 구만리장천 대붕의 꿈을 꾼다 한들 누가 말리겠는가. 천수만 철새기행전은 오는 일요일(25일)까지다.

  • 승인 2007-11-22 00:00
  • 신문게재 2007-11-23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논설위원
▲논설위원
소리가 앵긴다, 목이 앵긴다. 소리를 하는 분들이, 소리가 마음먹은 대로 잘 나와줬을 때 쓰는 말이다. 귀동냥 솜씨 하나는 나쁘지 않은 편인 필자지만 이 말의 깊은 뜻이 이제서야 겨우 새겨진다. 창(唱)하는 무대를 벗어나 대자연을 통해서도 그런 소리를 듣는다.

어떤 경우인고 하니, 해남 고천암호의 먹황새, 창원 주남저수지 갈대밭에 쌍거쌍래 찾아드는 큰고니나 금강 하구언의 도요새, 또는 서산 천수만 가창오리의 정형화되지 않은 잡가 새타령을 무시로 만났을 때다. 엊그제는 실로 오랜만에 오정숙의 적벽가 중 새타령을 들었다.

인간문화재 오정숙 선생은 어느 해 방학 중 머무르던 푸근한 비구니 절에서 만났다. 밤새 작품을 준비하고 아침해가 부처님 겨드랑이에 파고들어서야 짧은 아침잠에 빠져들던 어느 날. 학생, 학생! 스님이 편찮으시니까 이따 좀 살펴봐요! 요사채 문밖, 다급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판소리 다섯마당에서 듣던 목소리였다. 그 조계종 말사에 오 선생이 머무르면서 수궁가를 완성했는데, 벌써 흘러간 이야기다.

추억을 뒤로하고, ‘공기쑤루룩` 날아드는 뭇새들의 잘도 앵기는 울음을 다시 듣는다. 모가지를 길게 뽑아 두 나래 탁탁 치며 꼭기요 시-유. 해괴하게시리 ‘꼭기요 시-유`라니, 옛 책을 읽다 얼마나 껄껄껄 웃었는지 모른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시경에 나오는 새소리도 알고 보면 질펀하다. 까치는 강강(彊彊-강하게 사랑해 줘), 꾀꼬리는 해해(偕偕-함께 살고 싶어), 닭은 교교(膠膠-꽉 붙자), 콩새는 교교(交交-사랑하자). 김삼웅 독립기념관장은 새타령의 남원산성 이화문전을 ‘남은` 산성과 ‘이왕`(조선) 문전으로 보며, 파랑새의 파랑은 팔왕(八王)=전(全), 바로 녹두장군 전봉준이라는 설을 내놓지만 말이다.

그렇게, 가령 김세레나 노래 속의 ‘온갖 잡새`를 남자(남성)로 본다든지 해서 남아나는 노래 있을까.

이 산 저 산에서 나는 ‘쑥꾹 쑥꾹`, ‘쑥쑥꾹 쑥꾹`이 성적 의성어라면 ‘어-어이 이히이히 음`에 이르러선 더욱 미묘해진다.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로 운을 떼는 장타령의 은유도 말릴 재간이 없다.

남녀상열지희를 고소한 군밤에 빗댄 군밤타령은 가히 19금(禁)급 묘사다. 얼싸 좋네 군밤이여 삶은 밤이로구나 응애. 도라지타령의 도라지가 어떻게 내 간장을 스리살살 다 녹이는가. 도라지가 남성이고 바구니가 여성이니 통하는 노랫말이다. 흥타령의 삼거리는 인체의 삼각지(?)로도 볼 수 있다. 천안삼거리 능수버들이 밤낮 늘어진들 성화(成火), 즉 불이 날 까닭이 뭐 있겠는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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