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균 우송정보대학 교수 |
동물복지란 인간이 필요에 따라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동물의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인간이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으로, 대개 다섯 가지 자유를 통해 동물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즉 ‘고통, 상해,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등이다.
2005년 ‘동물 권리법`을 제정한 이탈리아에서는 관상용 물고기를 둥근 어항에서 기르지 못하게 하였다. 이는 물고기가 둥근 어항 때문에 확대된 상을 보게 되어서 시력을 잃을까 염려해서다.
EU 국가들은 동물복지를 위해 후생기준에 따라 사육하고 도축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많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시장을 개방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낮은 후생 기준으로, 싼 가격의 축산물을 생산하므로 이를 수입할 경우 EU농가가 큰 피해를 입을 것을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동물복지 문제가 부각되고 있고, 건강을 중시하는 우리사회의 ‘웰빙 음식 문화` 에 맞추기 위해 후생기준에 따라 사육하는 농가가 많이 늘고 있다. 돼지가 환경이 좋은 곳에서 사육될 때 고기의 품질이 좋아지며, 특히 도축 전 48시간 동안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가에 따라 고기의 품질 또한 달라진다는 보고에 따라 국내 식가공업체들도 동물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신선한 물과 먹이, 안락한 휴식 공간 등 일정한 사육 환경을 정한 뒤 이에 맞는 환경에서 생산된 친환경 축산물에 인증마크를 붙여 높은 가격의 축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1876년 영국이 ‘동물학대 방지법`을 제정한 것이 동물 권익보호의 효시였다. 1990년대 광우병과 같은 사람과 동물에 모든 피해를 주는 전염병에 시달리던 영국은 1996년 축산물 생산 과정에서 동물복지를 한층 강화한 법을 시행했다. 이는 ‘공장형 농장`이 전염병을 일으키는 주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EU와 일본은 2000년 동물복지 기준을 포함한 국제교역협약을 제안했다. 이 협약은 동물복지 기준을 준수하는 농가에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또 2009년부터는 수송 과정에 가축에 충분한 휴식을 제공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가축수송 차량에 위성추적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는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고, 최근 개정안이 통과되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축사 면적 기준이 EU보다 훨씬 좁고, 학대나 스트레스 방지를 위한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한편, 하루 1 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지구상의 인구가 약 10억 명에 달하고, 인류의 사회복지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물복지는 사치라는 지적도 있다. 동물복지에 드는 비용을 생산비에 포함할 때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이런 문제를 낳는다.
영국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인간을 동물과 달리 취급해서는 안 되며, 동물도 인간과 다르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동물복지에 대한 철학적 기초를 제공하는 말이다. 이젠 우리 사회도 베담의 말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사람복지와 동물복지를 함께 생각하면 인간복지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본다. 문제는 동물복지를 실현하려는 우리 국민의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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