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인간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는가?

[나는야 논술 짱]인간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는가?

중학논술

  • 승인 2007-11-21 00:00
  • 신문게재 2007-11-22 11면
문제)
제시문 (가)와 (나)의 밑줄 친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사회`문화적 배경과 관련된 인간의 삶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유의사항
① 분량은 원고지 1200자(±100) 내외로 할 것
② 답안에 적절한 제목을 쓸 것
③ 사회`문화적 원형과 관련된 인간의 숙명과 초월 의지에서 접근할 것

(가)
그는 손을 비볐다. 그들은 태아를 부화시키는 것에 그저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역시 앞일을 미리 정하여 그것에 맞추는(조절하는) 일을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갓난아기들을 사회화된 인간으로 만들고, 알파 아니면 엡실론으로, 미래의 하수구 노동자 아니면 미래의 ……로 배양하는 것입니다.”

그는 ‘미래의 세계 감독관들’이라고 말할 참이었으나 생각을 바꾸어 ‘미래의 인공부화 국장들’이라고 말했다.

<중 략>

뜨거운 터널들과 시원한 터널들이 엇갈려 나타났다. 강한 X선에서 나오는 불쾌함에다 싸늘함이 더 추가되었다. 양육을 위해 병에서 나올 때까지 태아들은 무서운 추위를 겪었다. 그리고 태아들은 열대 지방으로 보내어지게 되며 광부, 인조견사를 만드는 사람, 강철 노동자들이 될 예정이었다. 나중에 그들의 정신은 육체의 판단을 믿도록 만들어질 것이다.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나)
이러한 어머니보다도 차라리, 열 살 때부터 절에 보내어 중질을 시켰으니, 인제 역마살(役馬煞)도 거진 다 풀려 갈 것이라고 은근히 마음을 느꾸시는 편이던 할머니는, 성기가 세 살 났을 때 보인 그의 사주에 시천역(時天驛)이 들었다

하여 한때는 얼마나 낙담을 했던 것인지 모른다. 하동 산다는 그 키가 나지막한 명주 치마저고리를 입은 할머니가 혹시 갑자을축을 잘못 짚지나 않았나 하여, 큰 절(쌍계사를 가리킴)에 있는 어느 노장에게도 다시 뵈어 봤지만 시천역엔 조금도 요동이 없었다.

“천성 제 애비 팔자를 따라 갈려는 게지.”

할머니가 어머니를 좀 비꼬아 하는 말이었으나 거기 깊은 원망이 든 것도 아니었다. - 김동리, ‘역마’-


[학생작품]
김반석 대전 지족중 2학년
자유의지로 삶을 일구는 개척자가 되라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깊은 절망감에 빠졌을 때, 숙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운명과 팔자를 탓하는 경우가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가 궁금하여 미신이라 치부하면서도 점쟁이를 찾아가 묻기도 하고, 여러 석학들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연구하여 생물학적 결정론과 환경 결정론 등과 같은 이론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과연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멋진 신세계’와 ‘역마’는 시대적 상황이나 사회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인간이 이미 결정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다루고 있다. 다만, ‘멋진 신세계’에서는 인공부화국 직원에 의해 사람의 직업이나 역할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배양된다. 인간성이 배제된 채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비참한 신세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공부화 국장들처럼 행동주의 심리학의 창시자인 J.B 왓슨도 ‘나에게 열두 명의 건강한 아이를 주고 내가 직접 하나하나 꾸민 세계에서 그 아이들을 키우게 한다면 나는 모든 아이들을 내가 선택한 유형의 사람으로 길러낼 수 있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하였다. 이는 인간의 노력과 도전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극단적인 환경 결정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역마’에는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인간의 운명이 좌우된다고 생각하고 그 운명에 순응하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운명관이 잘 나타나 있다. 제 팔자인 걸 어쩌겠냐며 한숨짓고 체념하는 성기 할머니와 부모를 닮아 머리가 나쁜 걸 탓하며 공부를 포기해 버리는 친구들이 겹쳐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나치게 생물학적 결정론을 맹신하는 것은 아닐까?

유전자와 환경, 이것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멋진 신세계’와 ‘역마’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우리 인류가 운명에 순응하거나 노력하기를 포기하고 체념하였다면 지금과 같은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까? 우리가 도전과 노력을 기반으로 한 자유 의지로 삶을 개척하였기에 우주에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우주여행을 꿈꿀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상가 알랭은 ‘인간은 바람의 힘으로 바람을 거슬러 나아가면서, 자신의 돛을 조종하고 방향키에 의지한다’라며 자유 의지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항해를 통제하려 드는 바람을 돛과 방향키를 통해 역이용하듯, 인간은 어떤 결정론과 운명 속에서도 그 의지에 있어서는 자유롭다.

그리고 그 의지의 주인은 나 자신일 뿐, 운명이 아니다. 운명에 당당하게 맞서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얼마나 멋있는지 자부심을 느끼며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자. 당당히 운명과 맞서고 노력하는 개척자만이 새로운 삶과 보다 많은 가능성의 기회를 쟁취할 수 있다.

[논제분석·출제의도]
제시문 속 등장인물의 삶 비교
바람직한 운명 대처방법을 제시
두 제시문은 무엇이 인간의 삶을 결정하고 있는가, 인간은 자신이 삶을 지배하는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두 글 속의 인물들이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비교해 보고, 이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

(가)의 제시문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 미래 사회 인간의 모습이다. 그들은 인공부화국에서 부화되어 미래의 직업에 맞는 유리병 환경에서 자란다. 열대 지방에서 일할 사람이라면 태아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뜨거운 터널 속에 넣어 태아 때부터 적응을 시킨다. 이러한 사회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인간은 자신의 신체에 꼭 맞는 작업에 대한 갈등이 없다. 그에게는 그보다 더 나은 삶이 주어져도 영위할 능력이 없기에 바라지 않는다. 현재의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거대한 사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부속품의 하나로 살아간다.

과학을 발전시켜서 조금 더 편안하고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빚어내는 미래 사회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결정하고 지배하는가, 그 속에서 개체인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

(나)의 제시문도 역시 인간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역마’의 인물들은 만물을 지배하는 어떤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인간의 삶이 지배되고 인간은 절대로 그에게 벗어날 수 없다는 토속적인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가)에서 보여주는 인위적인 운명 결정이 아니라 전통적인 한국적 운명론이다.

그러기에 성기의 당사주에 ‘역마살’이 끼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제 아비처럼 떠돌이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것을 벗어나보려 절에도 가 있고 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운명에 대해 순응하는 삶을 선택한다. 역마살을 성기의 운명으로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작품 속에 나타난 인물이 결정적인 삶과 그것을 맞이하는 삶의 자세를 비교하면서 운명이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어떻게 내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제시해 본다.

[총평]
손민옥 대전 지족중 교사
운명에 순응하는 모습 잘 파악
결론부분 표현의 명확성 키워야

대전에서 서울 가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을까? 버스나 열차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이나 승용차를 이용해서 손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하거나 국토의 아름다움을 몸소 체득하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갈 수도 있다.

이외에도 목적지를 찾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논술의 경우에도 한 문제에 대해 최선의 정답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목적지에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처럼 논술에 있어서도 모범이 될 만한 글이 있다. 특히, 논술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해 나가는 글쓰기이므로 타당한 근거를 토대로 설득력을 갖추어야 한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당연한 주장을 내세워야 하는 경우에는 글의 논리성이 더 중요해진다.

일반적으로 논술 문제에서는 ‘유의 사항’에 제목을 쓰지 말 것을 요구하거나 특별히 제목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 배부되는 답안지에 처음부터 자신의 글을 서술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답안지에 제목을 쓰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출제자가 글의 내용을 함축하는 동시에 참신한 제목을 잘 붙였는지를 하나의 채점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뜻한다. 김반석 학생의 경우, 글의 요지가 잘 드러나도록 제목을 붙였으나 읽는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참신성과 독창성은 다소 떨어진다.

이번 논술은 제시문을 통해 각 글의 사회적 특징과 운명을 받아들이는 인물들의 삶의 자세를 분석하고, 이를 비판하는 동시에 현대인에게 필요한 삶의 자세를 제시해야 한다. 김반석 학생은 서론에서 ‘운명’이라는 화제를 가볍게 제시하면서 본론에서 제시문 (가)를 환경 결정론과, 제시문 (나)를 생물학적 결정론과 연관지어 서술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본문에서는 출제 의도에 맞게 두 제시문의 사회 문화적 차이와 운명에 순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잘 파악하였다.

또한 노력과 도전 정신의 부재, 부친의 인생 대물림을 운명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인습의 폐단을 지적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에게 인생의 개척자가 되기를 당부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였다. 특히, 이 글은 평소 폭넓은 독서를 통해 갖추어진 배경지식이 잘 활용된 글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표적인 학설이나 학자의 말을 적절히 잘 인용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결론의 두 번째와 세 번째 문장에서 표현의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돛과 방향키로 바람을 헤치고 나아가 듯, 우리에게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자유 의지만 있다면 그 어떤 운명과도 맞설 수 있다’라고 보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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