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나는야 논술 짱]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중학논술

  • 승인 2007-11-21 00:00
  • 신문게재 2007-11-22 10면
<문제>
글 (가),(나),(다)에 나타난 행복을 비교 ㆍ분석하고, 인간의 진정한 행복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유의 사항
① 독서 체험을 활용하여 논거로 제시할 것
② 1400자(±140) 분량으로 쓸 것
③ 시간은 120분임.


(나)
그러자 천사는 말했다.
“집에 이르니 한 여자가 나와서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그 여자는 사나이보다 더 무서웠습니다. 그 입에서는 죽음의 입김이 뿜어 나와 저는 그 독기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여자는 저를 추운 밖으로 몰아내려고 했습니다. 만약 그대로 나를 내쫓았더라면 여자는 죽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것을 저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그 때 남편이 갑자기 하느님 얘기를 꺼내자 여자는 금방 태도가 누그러졌습니다.

여자가 저녁밥을 권하면서 제 얼굴을 흘끗 쳐다보았을 때 그 얼굴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이미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생기가 넘쳐 있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신의 얼굴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때 저는 ‘인간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알게 되리라’ 하신 하느님의 첫 번째 말씀을 생각해 냈습니다. 나는 인간 안에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하느님께서는 약속하신 일을 이렇게 내게 계시해 주시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저는 그만 너무 행복해서 싱긋 웃고 말았습니다.” -톨스토이<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다)
나는 그때 아마도 스스로의 무력함이 슬퍼서 울었고, 그 외로움이 슬퍼서 울었을 것이다.

“어이, 한병태.”
그 갑작스런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흐느낌으로 변해 내가 창틀을 붙잡고 울고 있을 때 가까운 곳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눈물을 씻고 그쪽을 보니 아이들을 저만치 떼어놓고 석대 혼자 창틀 아래로 와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전에 없이 너그럽고 -- 신비스러워 뵈기까지 하는 얼굴이었다.

“이제 돌아가도 좋아. 유리창 청소 합격.”
샘솟는 내 눈물로 이내 뿌옇게 흐려진 그 얼굴 쪽에서 다시 그런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짐작컨대 그는 내 눈물의 본질을 꿰뚫어보았음에 틀림이 없다. 거기서 이제는 결코 뒤집힐 리 없는 자신의 승리를 확인하고 고단한 싸움에서 풀어 준 것이었다. 그러나 내게는 그 너그러움이 오직 감격스러울 뿐이었다. 이튿날 나는 그 감격을 아끼던 샤프 펜슬로 그에게 나타냈다…….

너무도 허망하게 끝난 싸움이고 또한 그만큼 어이없이 시작된 굴종이었지만, 그 굴종의 열매는 달았다. 오래고 끈질긴 반항 끝에 이루어진 굴종의 열매라 특히 더 달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건 하나의 행복이었다.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논제 분석 ㆍ 출제의도 파악>
세 자료의 비교ㆍ분석으로 차이점 발견
주장에 따른 타당성 있는 논거 제시

제시된 자료를 보고 관련된 글과 접목시켜 생각하는 자료제시형 문제이다. 먼저 제시문 이해와 제시된 세 개의 ‘행복’을 분석해 보고 그 차이점을 파악해야 한다.

제시문 가)는 어느 소시민의 일상적인 작은 행복, 나)는 천사 미하일의 깨달음에서 얻는 행복, 다)는 힘든 싸움을 포기하고 절대적인 대상에게 굴복하였을 때의 한병태의 행복을 각각 제시하였다. 한병태의 ‘행복’은 불의와 타협하고 얻어진 안주에서 나오는 행복이므로 자신이 이러한 상황에 처하였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하며 자신의 관점에서 비판성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들이 의미하는 각각의 행복들을 비교ㆍ분석해 보고 행복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평범한 인간의 행복에 대한 가치 판단의 한계는 어느 정도인가, 인간이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의 가장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고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논제는 타당성 있는 논거를 바탕으로 하여 보편적으로 수용 가능한 가치를 제시해야 하며 다양한 독서체험을 활용하면 훨씬 풍부한 글이 될 것이다.

<학생 작품>
진정한 행복의 의미
동방여중 2학년 김예솜

▲ 동방여중 2학년 김예솜
▲ 동방여중 2학년 김예솜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우리가 지금 행복하다면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사람이 살아가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신만을 위한 행복과 이웃과 더불어 살면서 느끼는 행복으로 둘로 나눌 수가 있다. 먼저 제시문에 나타난 행복에 대하여 분석해 보면

(가)글은 사소한 일을 남에게 베풀면서 행복을 느끼는 경우이다. 내가 사소한 일을 행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베풀음을 받는 사람도 행복을 느끼게 된다. 이 경우는 서로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경우이다.

(나)글은 미하일이라는 천사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며 느끼는 행복이다. 이는 깨달음을 얻으면서 행복을 얻게 되는 일석이조의 경우인데, 깨달음이 크면 행복도 커지게 되고 깨달음을 얻는 사람이 많을수록 행복도 커진다.

(다)글은 무력으로 진압하는 엄석대에게 굴복하는 한병태의 행복을 나타낸 글이다. 굴복을 함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얻고 한병태는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한병태가 굴복을 하면서 얻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일까?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와 복된 운수라고 나타나 있다.

제시문 (가)글은 생활에서 가까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었을 때 느끼는 행복으로 평범한 사람이 만들어 갈 수 있는 따뜻한 삶의 모습이며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글은 깨달음을 얻음으로써 행복해 한다. 인간은 ‘빵 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철학적이고 이성적인 행복으로 지적 세계를 추구하는 지식인들이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그러나 (다)글에서 한병태의 굴종의 행복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며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서로가 만족하고 기쁨을 느끼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굴종과 순종의 의미는 다르다. 순종을 하여 마음의 평화를 얻어 기쁜 것과 굴종을 함으로써 마음으로 포기하고 안주함으로써 기쁜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본다. 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에서 오는 행복은 인간의 삶을 가치 있게 해 주지만 폭력적이고 권력의 위협과 회유에 안주하여 얻게 되는 행복은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삶속에서 글 가)와 나)에 나타난 행복을 발견하고 가꾸어 가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생각해주고,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나 행복을 받게 되는 사람이나 서로를 위하여 준다면 우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멀지 않은 곳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을 보면 “어떤 순간에 행복이나 불행을 느끼는 것은 주변 여건과는 거의 관계가 없고 오히려 우리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드리며 자신이 가진 것에 얼마나 만족하는가에 달려있다.”라고 말한다. 주변의 여건과는 거의 관계가 없이 아무리 가진 것이 없다고 해도 우리가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얼마나 만족하는가에 따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행복은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올 때 함께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고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이 누려할 진정한 행복은 함께 나누고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총평>
제시문 비교ㆍ분석 중복을 피하고
독서 경험의 구체적 논거 제시 필요

▲ 동방여중 교사 정진희
▲ 동방여중 교사 정진희
자료 제시형 논술은 제시된 문제를 읽고 출제 의도를 파악하여 독서 체험과 연계시켜서 자신의 관점을 논리적인 사고와 비판의식으로 서술해야 한다.

출제된 문제에 대한 해답의 길은 항상 문제에 있다. 따라서 문제를 정확하게 읽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제시된 조건을 염두에 두고 그 조건을 만족시키는 글을 써야 한다.

예솜이 학생의 글은 제시문 이해와 내용 분석을 비교적 잘 해 주고 있다. 그리고 결론에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는 점도 좋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본문에서 제시문 내용 분석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용 분석의 중복은 논리적 긴밀성을 약화시킨다. 예솜이 학생은 결론에서 스스로 만들어 가며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선택하였다. 그렇다면 본론에서 제시문 비교ㆍ분석의 중복을 피하고, 스스로 만들어 가며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보여 줄 수 있는 독서 경험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면서 결론으로 연결시켰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문장의 호응 관계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살펴보아야 한다. 글의 중간 부분에서 ‘그 이유는 ~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문장은 호응 관계로 보아 ‘그 이유는 ~ 행복이기 때문이다’로 바꾸어야 타당하다.

또한 결론 부분에서 ‘주변의 여건과는 거의 관계가 없이 아무리 ~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에서 ‘주변의 여건과는 거의 관계가 없이’를 삭제하는 것이 훨씬 의미가 선명하고 문맥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글쓰기에서 정도는 없다고 본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고, 글다듬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쓰기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읽기이다. 청소년기에 우리 학생들이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은 또 강조해도 무리가 없다. 그리고 짧은 글일지라도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문장으로 자꾸 써 보자.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쓰기에 두려움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동방여중 교사 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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