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어-광수생각
보기-물건이 떨어졌다.(×) → 물건이 땅에 붙었다.(○)
『대한민국 학교 대사전』(학교대사전편찬위원회, 이레출판사)
학교용 풀이의 ‘공부하기 싫은 사람이 호소하는 증상`으로서가 아니라, 정말로 ‘피곤하다`. 멀쩡한 점수를 9개 등급 안에 우겨넣은 몰상식함 탓이다. 예년에는 수능 끝나기가 무섭게 합격권 대학과 학과를 콕 집어냈는데 하루아침에 비교 분석할 근거가 사라졌다. 가채점은 무의미하고 배치표는 다만 추정 자료이다. 이상(理想)이 그럴듯하면 수단은 뭐든 된다는 속된 지혜가 수험생을 실험맨으로 만들었다. 7등급을 선호한 대통령의 말을 어겼던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시험의 가치인 변별력 면에서 수능 등급제는 쇠고기 등급에 비해 불합리하다. 한우 육질은 1++, 1+, 1, 2, 3의 5등급으로, 미국 쇠고기는 프라임, 초이스, 셀렉트, 스탠더드, 커머셜, 유틸리티, 커터, 캐너 등 8등급으로 분류한다. 초이스급에서 질 좋아야 한우 1, 2등급의 중간쯤이다. 미국에서는 초이스급도 3단계인데 국내에선 두 번째 육질 좋은 고기라며 팔린다.
4%, 7%, 12%로 할당하는 수능 등급은 육질과 마블링(근내 지방도)이 엄연히 다른 한우와 미국산을 단순 비교하는 것과도 같다. 보다 웃긴 쪽이 수능 등급이다. 지난날 과거시험에서도 분(分)을 매겨 성적을 ‘분수`로 나타냈다. 100-100-90점보다 91-91-91점이 우수해질 빌미를 낳은 등급제는 그러한 분수를 몰랐거나 잊었다. 진작에 노자(무위자연)나 비틀즈(“내버려 둬”←Let It Be)의 충고라도 들어야 했다.
일찍부터 일부 대학은 1등급만 받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음식점에서 “1등급 꽃등심!”만 외치는 손님 얼굴이 겹치는 건 왜인가. 이러다 특수부위 전문 취급 대학이 나오지 않을까. 돼지고기로 쳐도 목덜미 항정살만이 아니고 뱃가죽 삼겹살도 얼마든 맛이 있다. 2, 3등급을 잘만 재우면 맛이 1등급 저만 가라다.
한낱 등급을 위한 시험으로 전락한 수능은 어쩌면 광우병 쇠고기처럼 위험등급이며 공교육 정상화와는 저만치 떨어진 위압적인 인센티브다. 시험지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누군가는 수험생 피를 말리는 등급제를 또 손댈 생각이나 하고 있을 것이다. 학교 대사전에서 ‘생각해 보겠다`는 ‘거절과 같은 말`이었다. 1등급 소가 자다 일어나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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