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에 대해서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하던 삼성그룹도 구체적인 정황과 사진자료까지 포함한 이용철 변호사의 제보에 대해서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이것 역시 이변호사의 짐작대로 삼성은 돈을 전달한 직원의 개인 책임으로 국한하며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의 이러한 구시대적인 행태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부패문화에 절어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각종 경제지표상에서 세계 10위권 언저리에 머무르면서도 매년 국제청렴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하는 부패인식도조사(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왜 몇 년째 OECD 국가 중에 최하위인 40위권을 못 벗어나는지를 역설적으로 너무나 잘 설명해 주고 있다.
IMF 경제위기가 불러온 많은 사회적인 아픔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긍정적인 효과를 찾았다면 박정희대통령시대 이래로 지켜져 온 기업의 양적팽창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질적인 기업성장의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많은 경제학자들의 견해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국내 재벌기업들이 IMF이전의 정경유착체제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심지어 삼성이 국가권력까지도 매수하여 국민을 위한 국가가 아닌 재벌기업을 위한 국가로 만들려 했다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할 사건인 것이다.
두‘용철`변호사의 폭로사건은 삼성에겐 커다란 아픔이 되겠지만,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을 회개하고 깨끗한 기업문화에 대한 뚜렷한 미래청사진을 제시한다면 오히려 진정한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회개와 실천은 삼성과 커넥션을 가져왔다는 명백한(?) 의심을 사고 있는 정관계의 고위인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참 스산하고 추운 겨울의 초입에 와 있는 요즘이다.
비단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상의 날씨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 월급의 몇 배에서 몇 십 배에 이르는 검은 돈이 너무나 쉽게 쇼핑백에 담겨져 누군가에게로 전달됐다는 현실은 시민들의 옷깃을 더욱 여미게 하고 있다.
이런 과거에서 탈출하는, 그래서 시민들의 닫힌 옷깃을 열리게 하는 따뜻한 세밑풍경을 그려보는 것이 한낱 이상주의자들의 단상이 되지 않게 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부릅뜬 두 눈이 무엇보다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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