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유년시절에 배운 ‘사랑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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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유년시절에 배운 ‘사랑의 교훈’

中교과서 수록된 이해의선물 작가

  • 승인 2007-11-20 00:00
  • 신문게재 2007-11-21 9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폴 빌리어드의 21가지 감동이야기
독특한 유머·따뜻한 정서 느껴져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고, 그 추억이 있기에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간다.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있지 않더라도 한 번씩은 거쳤을 유년시절, 이미 과거라는 틀 안에서 정지되어버렸지만 그 추억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고 내 마음 안에서만은 늘 영원성을 가지게 된다.

이 책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성장 이야기이며 추억담이다.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또 내 아이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지극히 평범한 한 꼬마 아이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한 아이의 눈에 비친 주변 어른들의 일상, 사랑하는 가족과 겪은 많은 에피소드들은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폴 빌리어드는 열네 살의 나이에 혼자 세상에 뛰어들어 공학자, 수의학자, 생태연구가이자 작가가 되었다. 아버지가 처음에는 돈을 많이 벌다가 사기꾼이 발행한 가짜 어음으로 부도를 맞으면서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작가의 아버지는 경제 사정이 좋을 때는 가족들에게 관대했지만, 어려울 때는 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관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년 뒤 일흔 중반의 나이에 돌아가셨고, 누나와 함께 장례를 치른 후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아버지가 남긴 건 몇 백만달러나 되는 가짜 어음뿐이었다. 그래도 작가는 아버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열네 살 때 집에서 쫓겨난 그때부터 혼자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스스로 생계를 책임졌으며,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알면 더 쉽게 일자리를 구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런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추억은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에 대한 추억이다. 당시, 작가의 집은 시애틀 레버나 공원의 전차역에서 2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전차 정류장을 오가는 길가에 위그든씨의 사탕가게가 있었다. 어머니는 착하게 잘 따라다녔다며 가끔 그 사탕가게에 가서 맛있는 사탕을 직접 골라 사주셨다. 어느 날 작가는 직접 모험을 하기로 작정하고 멀리 있는 위그든씨의 가게에 혼자 찾아간다. 그리고는 그동안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고르던 모든 사탕을 맘껏 골랐다. 위그든씨는 사탕으로 가득한 봉지를 싸주면서 “이걸 살 돈은 있니”라고 물었고, 작가는 “그럼요, 돈 많아요”라고 하면서 은박지에 싼 체리씨 여섯 개를 올려놓았다. 작가는 불안해서 “모자라나요” 했더니 할아버지는 부드러운 한숨을 쉬면서 “아니다. 돈이 조금 남는구나. 거스름돈을 내주마”하시면서 1센트짜리 동전을 꺼내 주셨다.

작가는 이후 성장하여 열대어 가게를 운영했는데, 한번은 두 여자 아이가 가게에 들어와서는 당시 한 마리 5달러짜리 이하에 파는 열대어가 없는 상황에서 수많은 열대어를 봉지에 담아달라고 하더니 작가의 손바닥에 5센트짜리 동전 두 개와 10센트짜리 동전 한 개를 올려놓았다. 아주 천진난만한 눈빛을 가진 그 아이들을 본 순간 작가는 어린 시절 위그든씨의 모습이 떠올랐고, 위그든씨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손에 1센트짜리 동전을 거스름돈으로 쥐여준다.

작가 폴 빌리어드의 실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하며, 참된 사랑의 교훈과 평범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어떻게 삶을 배우고 사랑하게 되는가에 관한 에세이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이해의 선물〉의 작가 폴 빌리어드가 들려주는 21편의 감동적인 이야기다. 특히 〈이해의 선물〉은 국어 교과서에 실린 글 가운데 가장 감동적이고 마음에 남는 수필로 손꼽히며, 언제 읽어도 가슴 찡하고 훈훈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로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아 있는 글이다. 교과서에서는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작가에 따르면 실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유년 시절의 기억이 투영된 수필이다.

여기에 실린 어떤 이야기는 아주 황당무계하고, 어떤 이야기는 예리한 아픔을 주는 격렬함이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한 어린 소년이 성장의 과정에서 겪은 ‘성장통’이라고 부른다. 책을 읽다 보면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들며, 이 책은 어린 시절, 성장의 과정에서 일어났던 사건들과 우리가 그 사건을 겪으면서 당해야 했던 비극이나 고통이나 상처들이 훗날 되돌아보면 우리를 고유한 개성과 삶의 방식과 인격을 지닌 어른으로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아주 특별한 정감, 어린 시절과 그 시절에 뛰놀던 장소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우리의 마음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글이다.

책의 각 에피소드는 지은이의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오늘날의 현대 사회에서 잃어가는 보편적인 가치(인간관계 및 가족의 소중함, 참된 사랑과 이해의 의미)를 어린이의 관점에서 독특한 유머와 따뜻한 정서로 환기시키는 보물과 같은 이야기다. 곳곳에 배어 있는 위트와 유머가 잔잔한 감동과 함께 미소를 짓게 한다. 또한, 어린 소년을 집에서 내몰아 혼자 살아가도록 만든 아버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는 마지막 이야기 ‘이해의 시작’은 읽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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