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동아일보서 사회풍자 활동
아이디어 전쟁 겪는 만화가 삶 소개
▲ 이홍우 화백 |
실타래처럼 얽힌 세상사를 하루하루 촌철살인의 영감으로 풀어낸 시사만화가 이홍우씨가 '나대로 간다'(동아일보사, 1만2000원)라는 책을 발간했다.
'…혼자 귀도 후벼보고, 코도 후벼보고, 찬물도 한 잔 들이켜본다. 도저히 자리에 그냥 못 앉아 있겠다 싶으면 화장실 변기에도 앉아본다. 그런 날은 얼마나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는지, 내가 원래 곱슬머리가 아니었더라도 타 들어가는 속 때문에 곱슬머리가 되었을 것 같다'
27년 간 동아일보에 '나대로 선생'을 연재해 온 이홍우는 매일 마감시간에 쫓기는 피 말리는 아이디어 전장 속에서 반평생을 시사만화가로써 살아왔던 이야기들을 이처럼 풀어내고 있다.
특히 이홍우 화백은 중도일보와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고교시절 학생잡지인 '학원'에 만화를 기고, 요즘 말로 잘 나가는 10대 스타로 소개되기도 했던 그는 ‘반드시 일간신문에 네 컷 만화를 그려, 당대 필봉을 날렸던 김성환 화백이나 안의섭 화백과 같은 유명 만화가로 성장해야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중도일보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이 때가 서라벌 예대 2학년 재학중이던 1967년.
그리고 며칠 뒤 연재 확정이라는 소식과 더불어 이홍우는 중도일보를 통해 시사만화가 생애 첫 네 컷 만화 ‘두루미’를 연재하면서 시사만화가로 정식 데뷔하게 된다. 그는 “중도일보사에 내 자리가 마련되고 많지는 않지만 매월 7000원의 봉급도 받게 됐다. 자장면 한 그릇이 40원이던 시절이어서 봉급을 지금의 가지로 환산하면 60만~70만 원쯤 될 것”이라며 “비로소 아마추어 작가의 딱지를 떼고 프로 시사만화가로서 등단했음을 심감할 수 있었다. 내 펜 끝에 드리워진 책임감 역시 무겁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홍우 시사만화가의 두루미는 중도일보가 폐간된 73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1980년부터 동아일보에 '나대로 선생'을 연재한 이홍우 화백은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등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건국대 사건, 박종철 물고문 사건, KAL 858기 폭파 사건, 수서비리, 대구 지하철 참사, IMF, 햇볕정책, 옷 로비 사건, 황우석 배아줄기세포 조작사건, 변양균-신정아 사건 등 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국의 정치사를 그려냈다. 네 컷 만화로 세상이야기를 풀어낸 그는 이런 촌철살인의 공로를 인정받아 20일 대한언론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한언론인회는 "27년간 동아일보에 4컷만화 '나대로 선생'을 연재하며 독자의 시대적 갈증을 풀어주는 반사경 역할을 다해왔다"며 제16회 대한언론인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한편 책에서는 정치인들의 뒷모습 등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숨은 이야기와 시사만화가가 되기까지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인생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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