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수능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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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수능 그후

[교육단상]이선영 대전노은고 교감

  • 승인 2007-11-20 00:00
  • 신문게재 2007-11-21 20면
  • 이선영 대전노은고 교감이선영 대전노은고 교감
▲이선영 대전노은고 교감
▲이선영 대전노은고 교감
스산한 11월 하순의 토요일 오후. 이틀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3학년이 하교한 텅 빈 교실, 복도를 천천히 걷는다. 적요하다. 그 동안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아이들이 남아 있던 교실이 얼마나 활기 넘치는 공간이었는지를 비로소 깨닫는다. 입시 준비로 토·일요일, 밤낮 구분 없이 아이들로 가득 차 있던 교실은 늘 살아 있었다. 학교는 아이들로 하여 생명력을 지닌다. 선생님들도 학생들 속에서 의미 있는 존재성을 부여 받는다.

시험을 끝낸 아이들은 결과가 좋고 나쁨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한없이 허탈하다. 그들과 보조를 같이 해 달려 온 담임선생님도, 학부모도.
가채점을 하고 언론매체의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각 교과별 해당 등급을 추정해 보고는 희망과 실망 사이를 여러 차례 오가는 혼란을 겪는다. 수능시험이 끝나기만 하면 정말 홀가분하고 상큼할 듯싶어 그렇게 간절히 기다렸는데 정작 끝난 후에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바장이는 시간을 맞는다. 주변 친구들의 성적과 비교해 보고 날카로울 만큼 예민해져서 이리 크고 중요한 시험에도 실력 외에 행운과 불운이 수반됨을 절감하는 한편 불안감으로 조바심치며 매달린 지난날들이 더욱 허망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잘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현실성 없는 요행심도 더러 떠오르고, 서너 문항이라도 고쳐서 정답에 마킹을 했으리라는 애절한 갈망으로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은 상태로 지내는 성적 발표까지의 한 달은 결코 길지 않다. 점수는 비정하리만큼 가감 없이 가채점 결과대로 확정되어 가슴이 다시 한 차례 무너진 후 자신과의 타협, 체념의 과정을 거쳐 어렵사리 마음을 수습하고 교과 반영 여부, 가산점 등의 여건을 고려하여 선교 선과에 몰두한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찬란해야 할 청년기. 빛나는 이상을 지녀 생각도 몸도 가장 아름답고 귀한 시기인 고교 생활을 아이들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듯 겪어낸다. 그리하여 불안과 암울함의 고통을 통해 눈빛이 조금씩 깊어지고 성숙해 간다.

이제 긴 겨울을 지내고 3월이 되면 아이들은 시험 불안으로 힘겨웠던 고교 시절의 기억을 뒤로 설렘과 동경을 안고 대학으로 떠나갈 것이다. 조롱을 벗어난 새처럼 높은 비상을 꿈꾸면서. 제도에 얽매여 희생된 세대라는 억울한 느낌, 수험생으로 겪었던 어려움이 많이 희석된 심상으로 앞에 펼쳐진 무한한 가능성과 자유를 향해 뒤돌아보지 않고 힘 있게 나아가리라. 그리고 그들이 떠나간 자리는 새로이 진급한 3학년 아이들의 긴장한 표정, 측은지심으로 그들을 보살피는 선생님들로 채워지고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다시 깨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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