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2개월간 전시 계속돼
비욘드 아트 페스티벌도 함께 열려
▲ 이인희 作 |
권종환은 일상의 사물을 재현한다. 그의 재현 과정에는 솜이 사용된다. 솜을 이용해 보여지는 그대로의 사물을 표현하고, 그것들을 이용해 공간을 구성한다. 권종환이 이번에 재현해 내는 것은 금방이라도 환상의 하모니가 흘러나올 것 같은 오케스트라다.
박영선은 일상의 풍경을 볼펜으로 드로잉하고, 그것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낸다. 작품의 소재는 작가가 자주 지나던 길목이나 장소, 그리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행위다. 작가가 다니는 ‘목욕탕`과 자주 지나던 ‘터널`의 모습 등을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박용선은 비누를 이용한 설치 작업을 한다. 비누의 표면에 무수히 많은 언어로 무수히 많은 단어들을 새겨 넣음으로써 서로 다른 언어가 공통적으로 내포한 의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찢긴 낙엽과 죽은 식물의 조각을 꿰매거나 짜 맞추는 방법으로 실제의 모양을 복원해 내기도 한다.
이인희는 여섯 개의 서로 다른 공간을 구성하고, 그것들의 연결을 통해 초현실적 시공간을 연출한다. 박제된 물고기와 하얀 소금, 투명한 물체 등이 각각의 공간에 배치되고, 또 다른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영상과 사진이 작은 창을 통해 보여진다.
이준호는 사실적인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사물의 완벽한 재현을 넘어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주관적 인식을 포괄한다. 두 눈을 통해 바라보고 기억되는 대상에 대한 의심과 탐구가 바로 작품의 출발점이다.
시립미술관이 지난해 공모를 통해 다섯 명의 작가를 선정, 학예사 한명 한명이 작가들과 소통하며 기획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젊음 만큼이나 톡톡 튀는 개성으로 무장한 이들의 실험적 작품 세계는 21일부터 내년 2월 3일까지 시립미술관 1·2전시실에서 열리는 청년작가지원전 ‘다섯 명의 떠오르는 작가들`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청년작가지원전은 시립미술관이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다. 단순히 전시 기회를 열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청년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세계를 알리고, 그 성장 가능성을 점치는 시험대인 셈이다. 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선정 작가들을 전국에 알리고, 세계적인 작가로 육성해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청년작가지원전과 함께 제3전시실에서는 서울의 청년작가들이 주로 참여하는 ‘비욘드아트페스티벌(Beyond Art Festival)`이 열리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시립미술관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여는 이 전시의 주제는 ‘미술의 생존과 실존`이다. 전시 자체의 목적보다 작가들이 장르적 한계에서 벗어나 시각예술의 창작자로서 다양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역할 모델을 제시하는 자리다.
청년작가전과 함께 지역 및 서울의 작가들이 서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 예술 및 사회 영역에서 미술을 기반으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실험들을 소개하는 ‘비욘드아트페스티벌`은 21일 청년작가전과 함께 개막돼 내년 1월 27일까지 계속된다. /이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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