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호 한국화학연구원 감염증치료제연구센터장 |
지구촌에서 인간과 병원성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한 미생물의 감염증 유발에 상응하는 인간의 치료제 개발 등 양자간 경쟁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교통수단의 발달과 함께 인적 및 물적 교류가 지구촌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감안할 경우, 에이즈와 결핵 등 전염성이 강한 감염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감염증은 인간의 건강을 넘어 사회적 불안감과 큰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사스와 조류독감(AI) 등 신·변종의 병원성 미생물의 출현으로 공포에 떨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 감염성이 강한 탄저병균, 결핵균 등은 생물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감염증 치료제 개발은 한 국가의 보건정책과 사회 안전 유지에 매우 중요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신약 개발은 표적 선택과 표적의 역할 시험·확인 단계, 유망한 선도 물질의 화학적 합성 또는 자연계에서 찾아내는 선도물질 발굴 단계, 선도물질의 안전성 검증을 위한 동물시험과 생화학적 실험 등 임상시험 전 단계, 임상을 거친 물질의 효과와 부작용을 사람을 대상으로 판정하는 임상시험 단계 순으로 진행된다.
이어 제약회사들은 임상시험 후 임상 자료를 분석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 신약 승인 신청을 한다.
신약 승인을 통과하면, 약품생산 기준에 따라 신약이 대량으로 생산돼 환자들에게 판매되기 시작한다.
하나의 신약이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기까지는 평균 10~15년의 기간과 약8000억원~1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투자가 진행되는 중에도 신약개발의 실패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결국 최초 5000~1만개의 물질이 발굴돼도 최종적으로 승인을 받는 신약은 보통 한개에 그친다.
다만 일단 개발에 성공한 신약은 매년 평균 3억달러에 달하는 순이익을 보장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순식간에 둔갑한다.
이처럼 어려운 과정을 거쳐 신약이 탄생하지만, 병원성 세균의 반격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이들에게는 항균제의 병원성 세균세포 내 침투와 축적의 방해, 표적분자의 변형으로 인한 내성, 항균제의 불활성화를 통한 내성 등의 방어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병원성 세균의 약제내성은 자손에게 유전되기까지 한다.
항균제 내성은 환자의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유발한다.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된 항균제 내성의 발현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는 항균제 오남용을 막아야한다.
항균제의 올바른 사용만이 항균제 내성 발생을 막는 첫걸음이다.
즉 항균제 복용 시에는 반드시 정확한 의학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
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입돼 어렵게 개발된 신약에 대한 내성 발생의 억제는 막대한 자원의 낭비를 막을 뿐만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는데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인간은 병원성 박테리아에 대해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또 이들의 세대 차이는 매우 짧아, 인간이 경쟁에서 앞선 적이 없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약물치료에 의존하기보다는 운동 등 적절한 자기 관리로 건강을 잘 지키는 것이야말로 장수하기 위한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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