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철]입원할 병원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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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철]입원할 병원이 없어요

[기고]원용철 벧엘의 집 대표

  • 승인 2007-11-18 00:00
  • 신문게재 2007-11-19 20면
  • 원용철 벧엘의 집 대표원용철 벧엘의 집 대표
며칠 전 진료소에서 고성이 오가고 소란스러워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보니 낯선 세 사람이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입원이 되느냐, 안되냐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은 얼굴은 시커멓고 깡마른 체구로 한 눈에 봐도 중병에 걸린 환자처럼 보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그와 동행한 사람으로 한 사람은 동생이라고 하고 또 한 사람은 찜질방에서 환자를 우연히 만나 데리고 온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직업은 화가이고 살고 있는 집은 옥천인데 대전이 고향이어서 가끔은 대전으로 친구를 만나러 나와 한잔하면 집으로 갈 수 없기에 찜질방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찜질방에 갔는데 구석에 한 눈에 보기에도 환자 같은 분이 웅크리고 있기에 가까이 가서 물어보니 결핵을 앓고 있는데 갈 곳이 없다고 했단다.

다음날 집에 가려고 하다가 그 분이 불쌍해서 병원에 데리고 가려고 나왔다가 동생이 있다고 하여 동생과 함께 환자를 데리고 보건소를 찾아 갔는데 그곳은 결핵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보건소 담당 간호사선생님의 도움으로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 병원으로 갔지만 그곳도 마찬가지로 입원실이 없어 다시 보건소를 찾아가 한바탕 항의를 하며 소란을 피우자 보건소에서 희망진료센타를 안내해줘 이곳에 왔다는 것이다.

이들이 진료소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때였다.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헤맨 동생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 진료소에 오자마자 입원이 되느냐, 안되냐며 소란을 피운 것이다. 진료소가 무슨 입원실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장 보기에도 중증 환자인 것은 분명한데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동생은 하루 종일 허탕 친 것에 대한 분이 안 풀려서 그런지 희망진료센타가 어떤 곳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지레짐작으로 보건소에서 의뢰했으니 당연히 무슨 정부기관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듯 자신들은 하루 종일 헛걸음만 했다며 입원이 안 되면 데리고 가겠다고 소리만 지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더 큰 소리로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왔느냐며 데려가려면 데려가라고 하자 함께 온 사람이 동생을 자제 시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우선 그 분을 물리치료실 베드에 눕히고는 맥박이며, 혈압, 체온 등의 바이탈싸인을 체크해보니 맥박도 불규칙적이고 열도 있는 등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간호사의 이야기로는 약 15일 전에 진료소를 찾아와 결핵이 있다고 하여 보건소를 통해 약을 처방받도록 한 사람인데 약을 제대로 먹지 않은 것 같다며 지금 상태로는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입원할 병원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핵은 법정전염병으로 특별 관리를 하기 위해 격리 수용해야 하지만 대전은 결핵환자들이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없고, 대전 인근 공주 의료원이 있지만 결핵환자와 같은 사람들은 받아주지도 않으니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마산에 있는 결핵 병원이었다. 하지만 오래전에 결핵환자를 입원시키려고 마산 결핵병원에 문의를 하자 대전 인근의 의료원으로 보내지 왜 마산까지 오려고 하느냐며 입원이 불가능하다고 하여 끝내 그 결핵환자를 음성 꽃동네 병원에 입원시킨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꽃동네 병원도 입원실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하니 입원할 곳이 없는 것이다. 다행히 희망진료센타에 진료봉사를 오시는 선생님이 계신 병원에 입원을 할 수 있어 잘 치료를 받고 있다.

정부는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시행하는 국가, 매년 복지예산을 두 자리 수 이상 확대하고, 사회적양극화 해소를 위해 복지정책을 최우선으로 펼친다고 말하지만 정작 법정전염병으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 하나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결핵은 최소 6개월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도 그저 약을 처방해 주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결핵은 발병한 후 15일 정도만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면 전염력이 거의 없어진다고는 하지만 전염력을 가지고 있는 약 2주간의 대책은 전무한 상태이다.

이렇다보니 일부는 완치될 때까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 치료를 받다가 중간에 포기하면 결핵균에 내성이 생겨 더 강한 항생제를 써야 하고 기간도 배로 늘어나며 자칫하면 내성균에 의한 전염으로 심각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시설이 대단히 중요하다.

요즘 결핵환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벌써 10여명의 결핵환자가 발생되어 보건소와 연계하여 치료하거나 입원시켰다. 그러나 정작 약은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전염력을 가지고 있는 동안 이 분들이 있을 곳이 없어 인근 쪽방을 임대해 격리 수용하고 도시락을 제공하는 등 다행히 그럭저럭 해결해 왔는데 이 분의 경우는 이미 그런 방법을 쓰기에도 너무 늦어 입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정작 입원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는 것이다.

이 분의 경우처럼 치료를 하다가 포기하고 일반인들 속에 있었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입원해 치료할 병원이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입원할 병원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결핵환자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한바탕 소동이 있은 후 정작 희망진료소가 무엇을 해야 하며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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