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자]하늘의 별,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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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하늘의 별, 웃음

[중도춘추]이숙자 대전주부교실 사무국장

  • 승인 2007-11-15 00:00
  • 신문게재 2007-11-16 20면
  • 이숙자 대전주부교실 사무국장이숙자 대전주부교실 사무국장
노란 잎을 훨훨 떨쳐버린 반쯤은 미끈한 은행나무, 시들어가는 백일홍 그리고 아직도 흐드러지게 핀 국화 옆에서 가을을 보내고 있다. 출근길에 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싸하면서 신선한 공기인데도 무거운 발걸음과 한결 같은 무표정으로 아침 눈인사를 대신한다. 그 곳에서 웃음을 잃은 우리들의 자화상을 읽는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즐거움을 담은 눈빛을 만나보기 어려워졌다. 표정 속에는 근심과 답답함이 묻어나고 쏟아놓은 말 속에도 허허로움이 가득하다. 하루에 한 번도 웃지 않고 보내는 사람도 많다.

초 고유가 시대의 기름 값, 사 교육비, 삶의 진정성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결핍으로 인해 물질 만능 주의에 빠져버린, 자아 정체성의 혼란 등 이 모든 문제가 얼의 꽃인 얼굴에서 웃음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다.

얼마 전 참으로 야릇한 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의정비 심의위원회` 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동안 10명의 심의위원이 가장 적정한 수준의 금액을 뽑아내기 위해 부지런히 자료를 모으고, 법률을 검토해 조율한 후 일정한 선을 만들어 놓았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반영하는 일만 남겨져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지방의회 의원들의 활동을 체감하지 못한 탓에 의정비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최종 회의는 우리가 애써 만들어 놓은 틀을 그대로 통과시킬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다른 지자체와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형성돼 엉뚱한 결과물을 도출시키고 말았다. 이상한 기류의 진원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절차와 과정이 무시되는 현장에 있고 보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고, 편을 갈라 제 편만 좋아하는 시커먼 속과 교만한 눈빛이 시민들의 웃음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여 앞으로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다. 이른바 대선정국이다. 각 후보마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국민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목청껏 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국민 여러분`은 대답이 없다. 국민들은 실없는 칭찬과 근거 없는 비방 그리고 무게 없는 공약과 정책에 식상한 나머지 말없음과 무관심으로 쓴웃음을 대신하고 있다.

우리는 웃음을 잃고 있다는 현실적인 깨달음에 무딘 것이 아니다. 웃음의 잃어버림에 대한 생각을 외면하고 있거나 유보시키고 있을 뿐이다. 웃음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믿음에서 한 발 물러서 있다. 그러기에 섣불리 웃음을 불러오기 보다는 웃지 못하는 상태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게 오히려 진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인간 생활에 있어서 웃음은 하늘의 별과 같다. 웃음은 별처럼 한 가닥의 광명을 던져주고 신비로운 암시도 풍겨준다. 웃음은 봄비와도 같다. 이것이 없었던들 인생은 벌써 사막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감미로운 웃음으로 하여 인정의 초목은 무성한 것이다." 은빛으로 춤추던 억새도 머리 풀어 헤치는 이 때 이희승님의 예지를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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