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직접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은행권이라는 점에서, 중소기업이 심각한 자금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전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지난 12일까지 접수된 대출 신청 건만 집행하고 중소기업과 소호 관련 신규 대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최근 은행간 과열 경쟁으로 중기대출 쏠림 현상이 심화하자 금융감독 당국이 잇단 경고음을 보낸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경기변동에 민감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규 대출을 억제하기로 했다.”라며 “기존 거래고객에 대한 대출금의 기한연장이나 재약정 등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신규 대출 억제 조치를 취한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국민은행이 국내 최대 은행이라는 점에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중기 신규 대출 억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조만간 각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중기대출시 과도한 금리할인 경쟁을 지양할 것을 당부하고, 중기대출금이 용도 외로 유용되는지 여부도 점검할 방침이다.
은행권에서 중기 대출 규제에 나선 것은 대출 과열경쟁으로 인한 후폭풍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은행권 중기대출은 8조 원 이상 늘어났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대출 증가는 연체율 증가로 이어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3분기 중기대출 연체율이 1.32%로 전분기 말에 비해 0.32%포인트 급등했고, 신한은행도 1.24%으로 0.26%포인트 올랐다. 중기대출은 사업체가 부도가 날 경우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 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 위험이 크다.
하지만, 대출 규제가 기업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덕테크노밸리에 있는 모 기업 대표는 “우리처럼, 설비투자 등 사업 확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경우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라며 “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한 기준을 마련해 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충남지역본부 관계자는 “기업의 경우 상당한 자금압박을 받을 수 있고,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각종 투자 등 기업 경영 환경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콜금리를 올려도 기업 대출 과열 현상이 줄지 않았기 때문에 내린 조치일 수 있다.”라며 “장기적 측면에서 금융 불안 해소를 위한 대책일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또 다른 애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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