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 사항]
①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쓰지 말 것
② 전체 분량은 1800(±180)자 내외로 할 것
③ 시간은 120분임.
▲ 애덤 스미스 |
사람들도 자기의 동료에게 이와 같은 수법을 때때로 사용한다. 남들로 하여금 자기의 기분에 맞게 행동하도록 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을 때, 사람은 남들의 호의를 얻기 위해 온갖 아첨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이렇게 할 만큼의 시간 여유를 가지지 않는다. 문명사회에서 그는 항상 무수한 사람들의 협력과 원조가 필요하지만 그는 평생에 몇 사람의 친구를 만들 수 있을 뿐이다.
거의 모든 다른 동물류에서 각각의 동물은 성숙하면 완전히 독립하며, 자연 상태에서는 다른 동물의 원조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인간은 항상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것을 오직 동료의 자비에만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기의 이익을 위해 동료의 이기심을 자극하고 자기의 요망 사항을 들어 주는 것이 그들 자신의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훨씬 낫다.
타인에게 어떤 종류의 거래를 제의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렇게 하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에게 주면,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러한 모든 제의가 의미하는 바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으로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호의의 대부분을 상호 간에 얻어낸다.
우리가 식사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성에 호소하지 않고 그들의 이기심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를 이야기하지 않고 그들의 이익을 이야기한다. - 애덤 스미스, 「국부론(國富論)」-
(나) 갑과 을 두 사람이 체포되어 각기 따로따로 심문을 받고 있다. 그들은 어떤 범죄의 공범자라는 혐의를 받고 고발되었다. 심문자는 그들 각각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당신들 중 한 사람은 범죄를 자백하고 다른 한 사람은 자백하지 않을 때, 자백한 사람은 방면되고 그의 증언으로 인해 자백하지 않은 나머지 사람은 20년 간 옥살이를 해야 합니다.
만일 둘이 함께 자백하면 각기 10년간의 형벌을 받게 되며, 모두가 자백을 거부할 경우 함께 1년 간 감옥에 있어야 합니다.”
이 경우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합리적 개인은 어떤 경우이든 자백이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판단하게 된다.
설사 그들이 따로 감금되어 있지 않고 서로 대화를 나누어 함께 자백하지 않기로 합의한다 할지라도,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이상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위험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 약속을 깨고 자백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선택은 전혀 합리적이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둘 다 자기의 안전을 위해 의리를 어기고 자백하게 될 경우 그들은 각각 10년간의 형벌을 받게 되는데, 이는 두 사람 모두가 의리를 위해 묵비했을 때 치르게 될 형량인 ‘1년’에 비해 크게 불리한 결과이다.
각 개인에게 있어 최선의 방안인 ‘석방’에 이르지는 못한다하더라도, 상호협력을 통해 차선의 대안인 묵비를 택함으로써 자신들의 상황을 더 유리하게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과 을은 자신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 각각 자백을 택함으로써 10년의 형벌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이들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공범인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라고 불리는 이러한 상황은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전체적으로 보면 모두에게 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 게임이론 중 「죄수의 딜레마」-
<논제 분석 및 출제 의도>
이 문제는 ‘인간의 이기심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에 대한 사고를 유도하는 문제로, 인간의 이기심을 바라보는 상반된 관점의 두 제시문을 비교` 분석해 보고, 인간의 이기심을 합리적으로 다루는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논제의 핵심적인 요구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 첫째, 제시문 (가)와 (나)에 나타난 관점의 차이를 밝힐 것, 둘째, 구체적 사례를 들어 (가)의 관점을 비판할 것, 셋째, (나)의 입장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것 등이다.
우선 제시문 (가)는 인간의 이기심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견해로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는 ‘자비’가 아니라 ‘이기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나)는 인간의 이기심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견해로서, 개인이 이기심에 따라 자신의 이익과 안전을 최대한으로 추구하는 것이 전체 모두에게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가)와 (나)에 나타난 이러한 관점의 차이를 정확히 밝혀 서술한 후 (가)의 문제점을 비판해야 한다.
(가)의 주장은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세계 곳곳의 심각한 기아 문제, 환경오염 문제, 전쟁 등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많은 갈등과 혼란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가)를 비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들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의 입장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 즉, 사회 구성원들의 이타적인 자세를 이끌어 내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적인 자세를 갖자고 호소하는 것은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 인간의 이기심을 무조건 매도하거나 억압하기보다는 정당한 보상이나 법체계를 통해 조정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견해를 제시해 볼 수 있다.
▲ 강근영 노은고 2학년 |
‘하노이의 탑’이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각각 크기가 다른 원판을 하나씩 쌓아 올려가는 게임인데, 가장 큰 규칙은 작은 원판 위에 큰 원판을 올려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윤리학자 싱어는 하노이의 탑을 인간의 윤리적 세계관에 적용시켜, 층층으로 된 원반의 가장 윗부분이 인간중심적 폐쇄적 윤리이고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이웃의 범위가 넓어지는 개방적 윤리라고 설명하였다. 이렇듯 인간의 이기심은 모든 것의 우위에 있으며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본질적인 것이다.
제시문 (가), (나)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상반된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제시문(가)는 인간의 이기심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것으로 타인에게 자비를 기대하기보다는 타인의 이기심을 자극하거나 그에 부합하도록 행동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며, 각 개인이 자신의 이기심을 최대한 추구하며 살아갈 때 이 사회는 원활하게 유지되고 발전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에 반해 제시문 (나)는 이기심에 대한 추구가 반드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나)에 나타난 바와 같이 각 죄수들은 자신에게 가장 안전하고 유리한 쪽을 선택하였으나 그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는 못하였다. 제시문 (나)는 인간의 이기심이 자신은 물론 전체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인간의 이기심을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이다.
제시문(나)에서 각 죄수들은 서로 신뢰하고 상호 협력하는 자세를 가짐으로써 서로에게 더 나은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를 믿지 못한 채 오로지 자신만의 안전과 이익을 계산하여 자신의 입장을 선택한 결과 둘 다 최선의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이는 이기심을 버리는 것이 결국 자신에게도 사회 전체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이 이기심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자 노력해 온 과정에서 개인은 물론 사회가 발전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이 불러온 불행 또한 적지 않다. 자신의 이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결코 나서지 않으려는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환경은 계속 파괴되어 가고, 동식물들은 멸종되어 가고 있으며, 기아와 기근은 더 심각한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나라도 자진해서 나서겠다는 나라는 없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저개발국가에 제공하는 MDA를 미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은 0.15%이지만 한국은 0.096%에 그쳤다고 한다. 각자의 이기심에 충실할 때 개인은 물론 사회가 발전하고 원만히 유지된다는 (가)의 견해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지나친 낙관적 태도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은 이기심을 버릴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끌리게 마련이다. 따라서 각자의 이기심을 무조건 억누르고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이득을 포기하거나 양보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대신 사회구성원들이 이기심을 배제하고 이타심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정과 타협의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이 주어질 때 각 개인은 기꺼이 이기심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사회 구성원 간에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보상의 수준이나 방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상호 협력과 신뢰의 바탕 위에서 정당한 보상을 바탕으로 인간의 이기심이 배제되고 조절될 때 인간의 윤리는 하노이 탑의 밑 부분으로 확대되어 갈 수 있을 것이다.
▲ 강인홍 노은고교사 |
논술문 작성의 출발점은 논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제시문의 핵심 내용 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논제의 핵심적인 요구 사항과 제시문의 중심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논술문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강근영 학생의 글은 논제의 요구에 대한 분석이나 제시문의 핵심 내용 파악이 정확하게 잘 이루어진 글이라고 볼 수 있다.
강근영 학생은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제시문 (가)와 (나)의 관점의 차이를 2,3단락에서 분명하게 서술하였고, 4단락에서 환경 파괴 문제, 기아와 기근 등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가)의 관점을 비판하였으며, 5단락에서 인간의 이타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논제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특히 인간의 이기심이 자신은 물론 사회 전체에 결코 최선의 결과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제시문 (나)의 핵심 내용을 정확하게 분석해 낸 점과, 결론에서 사회 구성원 상호간의 신뢰, 협력의 태도를 바탕으로 이기심을 무조건 매도하기보다는 정당한 보상 체계를 통해 조정해 나갈 것을 주장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다만 서론에서 ‘하노이의 탑‘이라는 게임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는 나쁘지 않았으나 ‘인간의 이기심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이 글의 화제를 제시하는 데에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다.
또한 4단락에서 최근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여 우리나라의 MDA 비율이 미국에 비해 낮다고 지적하였는데, 이 단락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인류가 얼마나 큰 위험과 불행에 당면하고 있는지를 서술하는 단락이므로 우리나라가 인류 공통의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은 적절치 않다.
논술문 작성에 있어서 단락 별 중심 내용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과 단락의 중심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부 내용을 적절히 제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이런 점에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더 훌륭한 논술문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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