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논설위원 |
달걀은 또한 유용한 마사지 재료다. 국내 한 벤처 농업인은 개당 5000원짜리 여드름 전용 얼굴 마사지 계란을 개발한 데 이어 곧 2만원짜리 미백용 계란을 만들겠다 벼른다. 마사지는 100% 미래산업인데, 24캐럿 순금을 미립자화한 마사지 제품이 출시되어 얼굴에 금도 바르는데 뭔들 못 바르겠는가.
계란 마사지가 피부나 푸석거리는 머릿결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그래서 13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계란 투척의 과녁이 된 이회창 후보도 “피부 마사지 받았다”고 에둘러 표현했을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그 ‘계란 열사`(?)가 (한나라당) 식구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러다 썩은 계란 아닌 싱싱한 계란이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소리도 나오지 싶다.
어떤 부정한 행위를 부각시키려 할 때 계란 투척은 극적인 효과가 있다. 맞았다 하면 신기하게도 이미지 저감에 일조하기 마련이다. 밀가루와 뒤섞여 관례(冠禮)처럼 의식처럼 행해지는 졸업식 계란 세례는 억압 코드로부터의 도피를 암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치 않은 계란 마사지의 액체도 고체도 아닌 미끈둥한 콜로이드 성질은 참을 수 없는 모욕감에 다름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5년 전 꼭 이맘때 대선 후보 시절, 여의도 전국농민대회에서 계란 열사의 테러를 면상에 받아야 했다. 다음날 토론회에서는 “정치하려면 계란 한번씩 맞아야 한다”고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었다. 민심 행보차 나섰다가 이마에 계란을 맞은 이회창 후보는 “애증의 표현”이니 “마사지를 받았다”느니 하며 애써 열없음을 감추려 한다.
실제 기분도 그랬을까. 본조식감(本朝食鑑)에 계란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경련을 멎게 한다`고 한 것과는 아마 180도 상반된 기분이었을 것이다. 대선 후보 경호의 문제도 문제다. 계란 마사지, 아니 계란 테러는 위험한 장난을 넘어 미화되어서는 안 될 비열한 폭력이다. 네모난 동그라미는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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