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선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
큰 고비 하나를 넘겼다고 생각하는 오늘, 애석하게도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어둠의 터널이 학부모님과 자녀들 앞에 놓여 있습니다. 어느 대학, 어떤 학과를 지원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절차가 남았습니다. 저는 학부모님의 자녀들에게 도움이 되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대학수험 정보를 제공할 능력이 없습니다. 다만,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대학관련 정보를 접하시거나 해석할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념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첫째, 대학이 제공하는 정보가 과연 정확한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촘촘히 뜯어봐야 합니다. 대학들은 이미 일반 기업처럼 치열한 광고홍보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규모가 작은 대학들도 매년 십수억원 이상씩의 홍보비를 책정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가지고 있는 조그만 것들을 아주 큰 것으로 과대포장하고 그들 대학이 미래에 성취하고 싶은 소망을 자기네 대학이 현 시점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처럼 단장 (丹粧)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기루 같은 약속들이 혼을 빼앗을 듯한 현란한 기교와 버무려져 광고되고 있습니다. 덮어두고 피해버리고 싶은 내용들은 쏙 빼고 오로지 알리고 싶은 것들로 가득 찬 정보들만이 언론 매체와 대학의 홈페이지를 통해 일방적으로 홍보되고 있습니다. 학부모님의 자녀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아니라 대학의 신입생 유치를 위해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정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둘째, 언론을 통해서 제공되는 대학관련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합니다. 언론의 뉴스를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뉴스의 70% 이상은 기자가 취재한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이나 기업, 대학과 같은 정보원이 제공한 것들이라고 합니다. 소위 정부·기업·기관·대학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서 언론사에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가지고 언론사들이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언론인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정보의 참됨과 거짓을 평가하고 거기서 유용한 의미를 끄집어내려는 비판적인 자세가 언론인에게 요구됩니다. 그런데 언론의 대학관련 보도태도를 살펴보면, 대학이 제공하는 정보가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대학이 보도협조를 요청한 그러한 정보들이 기만적이거나 과대포장된 것은 아닌지, 대학이 제공하는 정보를 해석하고 비판하며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 부족한 듯 합니다. 그런 이유로 언론에 소개되는 대학관련 정보가 수험생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해악만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해묵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엄존하고 있는 폐악 중의 하나는 스무 살에 선택한 첫 번째 대학의 꼬리표를 평생을 두고 우려먹는 저열한 문화입니다. 오죽하면, 밥 먹듯 손쉽게 돈세탁을 할 수 있어도 결코 학벌세탁은 못한다는 이야기가 떠돌겠습니까? 사랑하는 우리의 자녀들에게 찍히는 ‘스무 살의 낙인`인 셈입니다.
학부모님의 귀한 자녀들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애써 찾아다니십시오. 온라인이 됐든, 아니면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매고 발품을 파시든 가능하면 직접 정보제공자와 교류하고 현장에 들러서 그 정보의 진위를 꼭 확인하십시오. 최소한, 대학이 제공하는 정보와 언론을 통해서 전달되는 대학관련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마시고 뒤집어 보고 흔들어 보고 털털 털어서 반드시 뜯어보십시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귀한 자녀의 머리한번 쓰다듬어 주시고 대포한잔 하신 뒤, 푹 주무십시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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